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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대졸 설계사 양성 겉도네" 보험사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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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대졸 설계사 양성 겉도네" 보험사의 딜레마

입력
2015.02.0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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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건수 일반 설계사의 60% 수준

10명 중 7명 1년내 그만둬

나이 제한 폐지ㆍ학력 완화 등

보험사들 지원요건 수정 궁여지책

지난해 서울 시내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국내 대형보험사 설계사 모집에 지원한 정모(29)씨는 보험설계사 자격증까지 땄지만 6개월 간 체결한 보험계약이 7건에 불과하다. 정씨의 월 소득은 회사에서 주는 초기 정착 지원비 80만원이 전부. 정씨는 “사회경험이 없다 보니 보험을 팔 사람이 가족이나 친구밖에 없다”며 “상반기에 금융권 공채에 응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젊은 고학력 설계사 조직을 별도로 운영해온 보험사들이 실적과 인재양성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졌다. 보험상품이 복잡해지고 고객들이 재무설계 등 종합적인 자산관리 컨설팅 능력을 요구하면서 2,30대 고학력의 전문 설계사 양성에 팔을 걷어 부쳤지만 40~60대 여성들이 주축인 일반 설계사 채널에 비해 실적도 낮고 정착률도 떨어지면서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재 삼성생명(SFP)과 삼성화재(SRA), 현대해상(HIPA), 한화생명(HFA), 교보생명(FA), 현대라이프(YGP) 등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젊은 고학력 설계사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이 조직은 일반 설계사 모집과 달리 2,30대 4년제 대학졸업(예정)자를 상대로 별도 채용한다. 회사별로 모집 후 한달 이상 금융교육을 시키고, 일정기간(3개월~2년) 초기 정착지원금까지 제공해가며 전문인력으로 육성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해당 보험사 관계자는 “2000년대 후반부터 보험사들이 인맥에 기댄 ‘아줌마 채널’보다는 젊은 인재를 선발해 전문가 채널로 육성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사회경험이 부족한 탓에 영업실적이 미미하고, 금융권 취업을 위한 과정으로 여기다 보니 정착률도 기존 설계사 조직에 비해 낮다는 점이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수천 만원의 비용투입에 비해 성과가 없다는 볼멘 소리가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젊은 고학력 설계사 조직의 월 평균 신규계약건수는 일반 설계사의 60~70%수준. 월 평균 초회보험료로 따지면 50%에도 못 미친다. 1년 이상 꾸준히 활동하는 설계사 수도 적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보험설계사의 평균 정착률은 40%이지만, 젊은 고학력 대졸 설계사 조직의 평균 정착률은 30%를 밑돈다. 일을 시작한 지 1년 이내에 10명 중 7명 이상이 그만둔다는 얘기다. 해당 조직을 운영하는 한 보험사 인사 담당자는 “2,30대 설계사들은 회사에서 제공하는 금융교육 등으로 경력을 쌓은 뒤 금융권 정규직이나 일반 기업 영업부서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2000년대 들어 외국계 보험사 중심으로 30세 미만의 고학력 설계사 수는 한때 3만명에 육박했지만 지난해 말 기준 1만4,878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전체 설계사 내 비중도 5%에 불과하다.

젊은 고학력 설계사 양성에 실패하면서 보험사들은 궁여지책으로 지원조건을 바꾸는 분위기다. AIA생명, KDB생명 등은 최근 사회경험이 최소 2년 이상이어야 한다는 단서조항을 달았고, 교보생명과 현대해상 등은 30세 미만의 나이제한을 없애는 동시에 4년제 대졸자 대상에서 전문대졸 이상으로 조건을 완화했다. 황진태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아직도 인맥을 이용해서 대량으로 보험을 판매하는 마케팅 방식을 쓰다 보니 전문화한 고급 인력 전략이 실패한 것”이라며 “고객을 세분화해 맞춤형 영업채널을 개발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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