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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詩] 봄날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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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詩] 봄날은 왔다

입력
2015.02.0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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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쏟아 드는 현관에 쪼그려 앉아

날고 퇴색한 구두를 닦는다

빛나는 외출을 걸어가기 위해

모르는 새 뒤꿈치가 구겨지고

뒷굽도 닳아 몸이 비뚤어진 신발

나를 싣고 다니기에 지친 구두를

오랜만에 약을 발라 광을 낸다

어디 가서 광 한번 내고 싶었을 게다

닦을수록 따뜻하게 돋는 투명한 색깔은

돌아오는 봄 나뭇가지 사이 길을

어깨 힘주며 뚜벅뚜벅 가기 위함이다

봄 물 든 벌판에 씨앗을 마련하기 위해

핏기 돌아오는 얼굴을 슬쩍

발끝에 비춰보고 싶은 때문이다

시인소개

강영환
강영환

1951년 경남 산청군에서 태어나 197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시) 당선하고 동아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부산지회 회장 역임하였으며 현재 희망연대 문화예술위원장 및 공동대표이다. 시집은 산복도로 외 다수.

시평 서태수

긴 겨울을 달력에 머무르면서 기다리는 사람에게 먼저 달려오는 것이 봄이다.

그런데 봄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봄을 불러들이는 사람도 있다.

시인의 손길은 봄을 앞당기는 촉수다. 추운 겨울, 햇살 따듯한 현관에서 봄을 부르고 앉은 시인의 손끝에서 봄기운이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다. 광나게 구두를 닦는 시인은 정교한 기법을 동원해서 시의 이미지를 다층적 봄기운으로 오버랩시킨다. 빛나게 닦은 구두를 신고 외출한 시인의 모습이 봄햇살을 받은 대지를 딛고 선 나뭇가지로 변환되고, 봄 들판의 새싹으로도 전이된다. 낡고 퇴색한 채 웅크리고 있는 겨울의 몸피를 벗어던지고 반짝반짝 광이 나는 발걸음으로 봄길을 스스로 앞당기고 있다.

겨울을 춥게 사는 사람들은 따뜻한 햇살에도 봄빛의 정서적 자극을 받지 못한다. 이 단절된 삶을 봄으로 이어주는 존재가 시인이다. 그래서 봄은 부르는 사람에게 제일 먼저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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