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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토론? 군기 잡기? 개운찮은 금융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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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토론? 군기 잡기? 개운찮은 금융 토론회

입력
2015.02.03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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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장ㆍ금감원장도 참석

朴대통령 '브레인스토밍' 지시서 비롯

핀테크ㆍ기술금융 활성화 논의에 초점

"제재 통보 전 소명기회 늘려라"

"또 다른 관치 아니냐" 반응은 갈려

'대한민국 금융의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3일 오후 서울 중구 다동 예금보험공사 강당에서 진행된 '2015 범금융 대토론회'에서 금융당국과 금융권 인사 108명이 동심원 형태로 둘러앉아 한국금융의 발전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왕태석기자 kingwang@hk.co.kr
'대한민국 금융의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3일 오후 서울 중구 다동 예금보험공사 강당에서 진행된 '2015 범금융 대토론회'에서 금융당국과 금융권 인사 108명이 동심원 형태로 둘러앉아 한국금융의 발전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왕태석기자 kingwang@hk.co.kr

주요 금융기관 최고경영자(CEO) 60여명이 한자리에 모인 ‘범금융 대토론회’가 3일 열렸다. CEO 참석자 규모나 면면에서 전례 없는 대형 형사로, 금융권 전체가 난상토론을 통해 한국 금융 발전 방향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자는 취지에서 당국이 기획한 행사다. 당국은 이날 토론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금융정책 수립에 적극 반영한다는 입장이지만, 형식이나 내용 면에서 관치금융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행사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 금융의 이정표가 될 자리”

‘대한민국 금융의 길을 묻다’를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금융지주(9곳), 은행(12곳), 증권ㆍ보험사(16곳), 금융협회(6명) 등 민간 금융기관 CEO 54명과 금융공기관 CEO 9명을 포함해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 벤처회사 경영자, 연구소ㆍ학계 인사 등 108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동심원 형태로 자리가 배치된 회의장에 둘러앉아 6시간 넘는 마라톤 회의를 가졌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축사에서 “지금 전세계는 금융과 다른 분야를 융합하는 ‘혁신전쟁’을 수행하고 있다”며 “거대한 변화의 흐름을 읽지 못하면 우리 금융권에 미래가 없다”고 금융권의 변화를 촉구했다. 그는 “이번 토론회가 한국 금융사에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하영구 은행연합회장도 환영사에서 “핀테크(IT기술이 접목된 금융서비스) 육성, 기술금융 확산, 해외진출, 규제개혁 등이 금융에 대한 시대적 요구이자 성장의 발판”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금융환경 변화상에 대한 전문가 발표, 금융사 및 금융 이용 기업의 건의사항 전달, 금융사별 혁신사례 발표 순으로 진행됐다. 특히 금융당국이 역점을 두고 있는 핀테크와 기술금융 활성화 방안에 논의의 초점이 맞춰졌다.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대표는 “당국에 콜센터 기능 확대를 승인 받으려다 실명 확인 문제에 걸려서 1년 동안 업무가 멈춰섰던 적이 있다”며 “금융실명제로 인한 기초적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는데 (당국이)핀테크 얘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리처드 돕스 맥킨지 글로벌연구소장은 “금융사가 30대 사장이 이끄는 핀테크 전담 자회사를 만들어 스스로를 공격(혁신)하게 해야 한다”는 제안을 내놨다.

“바쁜 CEO들 불러모은 게 바로 관치”

참석자들은 당국 수장 앞에서 금융감독 관행을 작심하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들은 금융위와 금감원이 서로 업무를 미루는 이른바 ‘업무 핑퐁’ 때문에 신사업 관련 인허가가 제때 나지 않는 등 영업에 애로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국의 일방적인 제재 통보 방지 차원에서 사전협의회가 구성됐지만 여전히 금융사의 소명 기회가 부족하다는 말도 나왔다. 임종룡 농협금융 회장은 군부대를 방문했다가 접했다는 줄임말을 인용하며 “금융당국 수장들은 ‘절절포’(절대 절대 포기하지 말라)의 정신으로 규제 완화에 임해주시길 당부한다”고 했다.

이날 토론회는 지난달 15일 박근혜 대통령이 금융위 업무보고를 받으며 “금융혁신 및 발전방안에 대해 금융인들과 브레인스토밍(자유토론)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시한 것에서 비롯했다. 당국은 앞으로 핀테크, 보험시장 활성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등 개별 현안에 대해 주요 이해관계자와 전문가가 참석하는 정책 세미나를 정례적으로 열겠다는 입장이다.

금융권 반응은 엇갈린다. 토론회에 참석한 한 시중은행장은 “전 금융업권이 이렇게 한자리에 모인 자리는 처음”이라며 “배울 수 있고 당국에 의견도 전달할 수 있는 뜻 깊은 자리"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부정적 반응도 적지 않았다. 한 참석자는 “업권마다 관심분야와 다루는 내용이 모두 다른데 너무 포괄적으로 묶어 논의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토론회장에선 “핀테크를 따라가기 어려운 서민금융기관은 전부 퇴출되어도 된다는 말인가”(최규연 저축은행중앙회장)는 반문이 나오기도 했다. 금융권 고위 인사는 “할일 많은 금융사 CEO들을 한자리에 불러모아 장시간 붙잡아두는 것 자체가 또다른 관치이자 군기잡기”라고 꼬집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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