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동양화 교수가 서양 재료 쓴다고 해고는 부당”
대법원 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캔버스, 아크릴 등 서양 재료를 사용한 동양화 전임강사는 교수로서 자질이 부족하다’며 재임용을 거부당한 유명 사립대 교수 A씨와 B씨가 “재임용 거부 처분은 무효”라며 학교법인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A씨와 B씨는 2008년 3월 이 대학 예술대학 동양화전공 비정년계열 교원 중 전임강사로 임용됐으나 같은 해 12월 재임용 거부처분을 받았다. 이후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심사를 청구해 재임용거부처분 취소 결정을 받아, 2009년 학교 측에 재임용 심의를 청구했으나 다시 탈락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학교 측은 A씨에 대해 “작품에 사용되는 재료들이 다른 전공교수(한지, 수묵, 채색)와 달리 서양 재료(캔버스, 아크릴)를 사용하고 있다. 동양화를 전공하는 사람이 서양의 재료를 사용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동양화의 특성을 지도해야 하는 교수로서는 적합하다고 볼 수 없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재임용을 거부했다. B씨에 대해서는 “발표한 작품이 거의 목판화여서 동양화 전공과 일치한다고 볼 수 없다. ‘획과 여백’이라는 강의에서 나온 자료를 검토한 결과 동양화의 기초적이며 근본적 문제인 획과 여백을 학습할 수 있도록 유도한 흔적을 찾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평가위에 속한 이모 교수는 개인전에서 철판이나 아크릴 등 서양 재료를 사용한 작품을 전시한 적이 있었다. 김모 교수도 천에 채색을 한 작품을 내놓는 등 다양한 시도를 했다.
1심은 “원고들에게 심사평정 결과를 알려주지 않고 의견 진술을 제대로 받지 않는 등 재임용 심사에 절차상 하자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2심은 “A씨와 B씨는 1차 재임용심사 평정보다 2차 재임용심사 평정에서 특별히 낮은 점수를 받을 사유를 보이지 않아 적법한 심사를 받았다면 재임용됐을 것”이라며 손해배상 청구까지 받아들였다.
대법원도 “원심이 교원의 재임용 가능성, 대학의 자율권과 재량권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위법이 없다”고 판단했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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