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경제성 이유로 9월부터 보조금…LPG보다 질소산화물 29배 더 배출
정부가 연비 등 경제성을 이유로 대기오염ㆍ시민 건강권 악화 우려가 큰 경유 택시 도입을 강행해 논란이 되고 있다. 신규 경유 택시 등록을 불허하거나 경유차 운행을 전면 금지하는 국제적 추세에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경유 택시 사업은 2013년 12월 ‘택시운송사업 발전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추진됐다. 고유가가 이어지면서 택시업계가 경영난을 이유로 연료 다변화를 요청하자 국토교통부가 ‘택시산업 종합발전대책’의 하나로 경유 택시 도입 방침을 내놓았다. 정부는 올해 9월부터 전국적으로 연간 1만대씩 경유 택시에 리터당 345.54원의 유가보조금을 지급한다. 이전까지는 액화석유가스(LPG) 택시에게만 유가보조금을 줬었다.
그러나 정부가 경유 택시 도입의 주요 논리로 세웠던 고유가는 이미 해소돼 강행 추진의 설득력이 떨어진다. 2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49.57달러로 반등세를 보였으나 1년 전 가격(96.43달러)의 절반 수준이다.
유가가 다시 오른다 해도 환경오염 우려가 크고 경제성도 낮아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유 택시는 LPG 택시보다 질소산화물을 29배 가량 더 배출한다. 이 때문에 정부가 내놓은 경유 택시의 질소산화물 인증기준은 ㎞당 0.08g으로 LPG택시(0.044g)보다 2배 완화돼 있다. 환경부 교통환경과 관계자는 “(인증검사가 아닌) 실제 도로 운행 때는 질소산화물이 2배 더 많이 배출된다”고 말했다.
질소산화물은 미세먼지의 원인 물질로 폐렴ㆍ폐출혈 등 심각한 기관지 질환을 유발한다. 홍유덕 국립환경과학원 대기환경연구과 과장은 “경유차는 일산화탄소, 탄화수소 등 다른 대기오염물질도 LPGㆍ휘발유 차량보다 많이 배출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경유택시 정밀검사 주기를 현행 1년에서 6개월로 단축하고, 경유차 검사 목록에 질소산화물을 추가해 경유택시 주행거리별 배출량을 살펴도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홍콩은 이미 지난 2001년부터 경유 택시 신규 등록을 금지했고, 영국 런던은 2018년부터 불허할 방침이다. 프랑스 파리는 2020년까지 시내 전역에서 경유차 운행금지를 추진 중이어서 한국의 경유택시 도입은 세계적인 친환경 추세와도 맞지 않는다.
높은 연비가 경유 택시의 장점이지만 유지비 등을 고려한 총 경제성은 오히려 떨어진다. 강광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발표한 ‘LPG 택시 대비 경유 택시 경제성 및 수익성 평가’ 보고서에서 “경유 택시는 LPG 택시보다 경제성이 낮다”고 평가했다. 그는 환경ㆍ연료ㆍ유지ㆍ차량구입비용을 합해 경제성을 산출했는데, 택시를 6년 운행한다고 가정했을 때 LPG 택시의 경제성 비용은 대당 5,979만원인데 반해 경유택시는 6,967만원으로 1,000만원 가까이 비쌌다. 업무를 담당하는 환경부 관계자조차 “경유택시 전환율이 높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상황이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7만2,000여대(28%)의 택시가 등록돼 있는 서울시는 경유 택시의 환경영향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올해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 김성재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정책국장은 “운행거리가 적은 경유 승용차와 달리 하루 300㎞ 가까이 운행하는 경유 택시가 도입되면 대기질 악화는 물론, 시민들의 건강에도 심각한 위협을 줄 것”이라며 “다른 지방자치단체에게 서울과 같은 결단을 내려달라고 계속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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