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당권경쟁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계파싸움과 지역감정 조장으로 날이 지고 새더니 이번에는 전당대회 룰 변경 논란이다. 그제 문재인 후보 측의 문제제기를 수용해 전당대회준비위원회가 당원과 국민여론조사 반영규칙을 변경한 게 발단이다. 문 후보와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박지원 후보 측은‘친노의 반칙’이라며 격렬하게 반발했고, 문 후보측은 사실 호도라고 맞서고 있다. 당원과 국민들에게 집권 비전을 제시하고 감동을 주는 축제여야 할 제1야당의 전당대회가 되려 실망과 혐오를 부추기는 꼴이다.
막판 전대 룰 변경 여파로 2일 밤 당 대표자 후보 TV토론회에서는 눈뜨고 보기 어려운 막말 공방이 펼쳐졌다. 문 후보는 “경선규칙 변경이 아니라 지난 전당대회나 지방선거 때의 방식대로 하자는 것”이라고 방어막을 쳤지만, 박 후보는 해당 규칙이 지난해 12월 29일 개정됐다며 “이를 몰랐으면 무능하고, 알았으면 비열한 것”이라고 몰아붙였다. 서로를 ‘저질’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동석한 이인영 후보의 한탄대로 이런 장면이 국민들에게 보일 제1야당의 모습인지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당권주자들이 벌이는 아전인수식 논리와 유불리 타산에 우리가 관심을 기울일 이유는 없다. 그러나 전당대회를 불과 닷새 앞둔 시점에서 대세론을 펴오던 문 후보 측이 별로 커 보이지도 않는 실리를 챙기기 위해 전대 시행세칙 개정을 관철시켜 풍파를 일으킨 것에는 실망을 금할 수 없다. 당초 예상과 달리 판세가 박빙으로 치닫자 이거라도 챙겨야겠다는 쩨쩨함의 발로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손해 보는 듯 해도 이를 감수하는 대범함에 국민들은 감동하기 마련이다. 문 후보는 지난 대선 때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에서도 작은 실리에 집착하는 바람에 단일화 효과를 반감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새정치연합은 지금 자신들을 바라보는 일반 국민들의 시선이 얼마나 싸늘한지 깨달아야 한다. 당권이라는 떡을 놓고 자신들끼리 아귀다툼해서 승리해봐야 국민의 인정과 지지를 얻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 난맥과 불통으로 대통령 지지도가 취임 후 처음으로 20%대로 곤두박질치는 상황에서도 제1야당의 지지도는 거의 변하지 않고 있다. 지금 야당의 행태를 보면 그 이유가 자명해진다.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은 2일 원내대표 경선에서 변화를 주장하는 비박계 유승민 의원을 선택했다. 여당 의원들이 1년여 앞으로 다가온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두고 민심의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풀이가 가능하다. 박 대통령의 지지도 추락 속에서도 새누리당이 40%가까운 지지도를 유지하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제1야당이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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