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세계 지도자들 연하장 보도… 이례적으로 시진핑, 푸틴에 밀려
北中 경제·인적 교류도 꾸준히 감소… 정부, 북핵문제 조율에 새 변수로
북한 노동신문은 3일 세계 각국 지도자와의 연하장 교류 사실을 보도했다. 하지만 예년과 달리 러시아 대통령을 가장 앞세웠고, 이어 중국 국가주석, 쿠바 공산당 중앙위 제1비서 순으로 호명했다. 북한이 외국 국가수반의 연하장 교류를 보도할 때 대체로 중국, 러시아, 쿠바 순서였던 것과 비교하면 중국을 홀대하는 북한의 심기가 확인되는 대목이다.
북한과 중국 관계가 심상치 않다는 관측이 늘고 있다. 2013년 북한의 3차 핵실험과 ‘중국통’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 처형 이후 불편해진 북중관계가 새해 들어서도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북한 경제를 먹여 살리고 있는 중국과의 교역 규모 감소가 눈길을 끈다. 최근 공개된 2014년 북중 무역통계를 보면 교역액이 63억9,000만 달러(한화 약 7조원)였다. 이는 2013년 65억4,000만 달러(한화 약 7조 1,700억원)에 비해 약 2.4% 감소한 수치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이 북한에 수출한 원유 통계가 포함되지 않은 것이어서 큰 변화는 없다고 할 수 있지만, 북한의 대중 수출액이 전년에 비해 1.5% 줄어드는 등 경제교류는 원활치 않았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북중 인적교류도 줄어든 상태다. 통일연구원이 분석한 2003년부터 2014년 5월까지의 정치ㆍ외교 분야 북중 인사교류는 모두 466회였다. 그런데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집권한 2012년 이후 교류는 38회, 연평균 15.2회에 그쳤다. 김정일 집권 시기(연평균 47.6회)와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북중 물류 80% 정도가 통과하는 중국 단둥에서 북중 인적교류가 20% 이상 줄었다는 통계도 있다. 특히 양국 간 고위급 인사 교류가 지난해 2월 류젠민(劉振民) 중국 외교부 부부장 방북 이후 사실상 끊긴 것도 주목된다. 여기에 북한 탈영병의 중국 농민 살해 사건과 중국 체류 장기 탈북자 등 사회 문제도 북중관계 악화에 한몫 했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중국 대신 러시아를 새로운 파트너로 택하는 듯한 모습도 보이고 있다. 러시아는 5월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2차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행사에 김정은을 초청한 데 이어 최근 북러 합동군사훈련 계획까지 발표했다. 북한 나진항과 러시아 하산을 엮는 나진ㆍ하산 개발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북러가 가까워지면서 북중관계는 상대적으로 소원해 지는 분위기가 확연하다.
문제는 북중러 3국 관계가 정부에게도 부담이라는 점이다. 정부 다른 관계자는 “북핵 문제 해결 등을 위해 중국역할론을 강조해왔는데 러시아가 새 변수로 등장하고, 중국의 대북 제어력이 떨어질 경우 상황 관리가 어렵게 되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하지만 북한이 중국과의 관계를 단절하는 극단적 선택은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교류는 향후 급증할 수밖에 없고, 항일투쟁과 6ㆍ25전쟁 등으로 맺어진 북중 혈맹관계 전통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병곤 통일연구원 기획조정실장은 “길게 본다면 새로운 북중관계를 모색하고 있는 조정기”라며 “고위층 등의 전략적 채널이 작동하지 않고 있지만 북중관계의 기본 틀은 와해되지 않았다. 김정은 정권 입장에서도 북중관계 장기 냉각은 부담스럽기 때문에 곧 관계는 회복기로 접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