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전문가ㆍ과학자 등 16명이
MB정권 나라 곳간 탕진 규모
사업별로 조목조목 따져 출간
"미래 나라살림 위한 성찰 계기"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이 정식 출간된 지 하루 만인 3일 MB 정부의 실정을 낱낱이 고발하는 책이 나왔다. MB 정부가 국민에게 끼친 손해가 얼마나 되는지 조목조목 정교한 수치로 분석한 ‘MB의 비용’(알마 발행)이다. 자화자찬으로 일관한 이 전 대통령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을 정면 반박하는 책으로 기업 실무 현장 출신 학자, 조세재정 전문가, 전 통일부 장관, 토목공학과 교수, 방송사 PD, 시민운동 활동가, 변호사, 과학자, 경영학자, 경제학자 등 각 분야 전문가 16명이 참여하고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가 엮었다.
책은 2부로 구성돼 있다. 1부 ‘탕진’ 편은 구체적인 비용으로 추산할 수 있는 사업들을 분석했다. 해외 자원 개발, 4대강 사업, 롯데ㆍKTㆍ포스코 등 기업 비리와 특혜, 원자력발전소 비리, 한식 세계화 사업 등의 손실 금액을 합리적 방식으로 추산했다. 가히 천문학적인 세금이 허공으로 날아갔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일례로 대기업 임원 출신 경제학자 고기영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껍데기뿐인 MB 자원 외교로 인해 에너지 공기업 3사에 생긴 새로운 빚만 해도 42조원에 육박한다. 이는 2015년 국방ㆍ외교ㆍ통일 예산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은 액수다. 2부 ‘실정’ 편은 MB 정부 때 생긴 문제지만 비용으로 계산하기 난감한 것들을 전문가 대담 형식으로 다룬다. 남북관계의 후퇴, 대통령과 측근 비리, 한없이 낮아진 공직 인사 기준, 부자 감세로 인한 국민경제의 피해, 언론 지형의 보수화, MB정권의 정치적 성격과 평가 등이다. MB 정부에서 이어지는 현 정부에 대한 비판과 제언, 지금의 한국 정치ㆍ경제ㆍ사회에 관한 진단도 일부 포함돼 있다.
읽다 보면 분통이 터지고 혈압이 치솟을 책이다. 더 기가 막힌 것은 MB가 탕진한 세금이 한국의 미래마저 탕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두고두고 뒷감당을 해야 할 판이다. 하지만 이 책의 목표는 ‘반MB’가 아니다. 그보다는 MB 정부의 실정과 기만을 가능케 한 현재 한국사회의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미래의 나라살림을 원활하게 꾸려나가기 위한 성찰의 계기를 마련하려 한다. 엮은이를 대표해 쓴 글에서 유종일 지식협동조합 이사장(경제학자ㆍ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은 아무리 큰 사건도 조금만 지나면 잊히고 잘못된 과거가 되풀이되곤 하는 한국적 현상을 지적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과거의 잘못을 거울삼아 법제도와 관행을 개혁해나가야 함은 물론, 심각한 비리와 범죄에 대해서는 반드시 엄중한 책임 추궁과 처벌을 해야 한다. 이 책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MB 정권의 일탈과 잘못을 기록한 것이다.”
4대강 사업만 해도 그렇다. 22조원의 세금을 터무니없이 날려버린 ‘단군 이래 최대의 대국민 사기극’임이 드러났지만 이를 주도하거나 부추긴 수많은 전문가와 공무원 가운데 책임을 지거나 사죄한 이는 아무도 없다. 오히려 그 대가로 훈장 등 포상을 받은 자가 1,157명에 이른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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