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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단체장 못 내놔" 금배지들의 '버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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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단체장 못 내놔" 금배지들의 '버티기'

입력
2015.02.02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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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권 내려놓기 공염불로, 겸직사퇴 43명 중 6명뿐

"무보수 명예직일 뿐" 강변, 제재 수단·대안 없어 고민도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일보 자료사진

정의화 국회의장은 지난해 11월 3일 국회윤리심사자문위원회의 심사 결과를 토대로 겸직 불가 또는 사직 권고를 받은 국회의원 명단 43명을 공개했다.

이른바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차원에서다. 사직 시한은 지난달 31일까지였다.

하지만 2일 현재 특권 내려놓기에 동참한 의원은 극소수에 그쳤다. 겸직 불가를 통보 받은 의원 3명은 지난달 말 모두 사직했지만 사직권고를 받은 의원 중 실제 사퇴한 경우는 단 3명에 그쳤다.

겸직 불가 통보를 받고 사퇴를 선언한 이는 서상기 국민생활체육회장, 김장실 국민생활체육회 비상근부회장, 이우현 국민생활체육회 이사 3명이다. 사직권고를 받아들인 의원은 전병헌 한국 e스포츠협회장(명예직), 우원식 대한장애인보치아연맹 회장, 정우택 한국택견협회 총재 3명에 불과했다.

서상기 회장은 지난달 중순 사퇴 거부를 선언했다가 안팎의 비난 여론에 결국 백기를 든 셈이다.

서회장이 물러난 국민생활체육회 후임에 여러 인물들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전병관 전임 한국체육학회장을 비롯해 권오준 포스코 회장, 유준상 새누리당 상임고문 등이 자천타천 후보군에 포함됐다. 체육계에서는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하는 자리인 만큼 정치인을 제외한 회장을 선출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중 전병관 회장이 가장 열심히 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회장은 체육계 인사들의 바닥 민심을 훑고 있지만 일부에선 오히려 이런 적극성이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권오준 회장은 서상기 전 회장이 출마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실제 출마 여부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스포츠에 깊은 애착을 보여온 유준상 고문은 정치인 출신이라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위기다. 당초 특권 내려놓기 차원과 정면 배치된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생활체육회는 체육단체 중 가장 조직적이고 규모도 큰 편이다. 연간 예산이 1,200억원에 달하며, 전국 16개 시도 단체 및 66개 전국종목별연합회 회장을 두고 있다. 때문에 그 동안 국회의원들이 국민생활체육회장직을 정치적인 도구로 생각하는 면도 없지 않았다.

후임 회장은 대의원 투표에서 출석 대의원의 과반수 이상을 득표하면 당선된다. 만약 과반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1, 2위 후보간 결선 투표를 진행한다.

사직권고를 애써 외면하는 의원들은 안팎에서 거센 비난여론의 역풍을 맞고 있다. 태권도미래창조시민연대 등 태권도 관련 단체는 2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직권고를 받은 국기원 이사장 홍문종 의원과 대한태권도협회장 김태환 의원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김 의원과 홍 의원은 무보수 명예직이라는 궤변으로 일관하며 자리에 연연하고 있다”면서 “이들 의원과 함께 아직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국회의원들은 입법부 의원인 자신들이 개정한 국회법을 무력화시키는 후안무치한 작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문종 의원
홍문종 의원

이외에 사직권고 처분을 받은 이병석 대한야구협회장, 김재원 대한컬링경기연맹 회장, 신계륜 대한배드민턴협회장, 염동열 대한바이애슬론연맹 회장, 이학재 대한카누협회장, 장윤석 대한복싱협회장, 홍문표 대한하키협회장도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문제는 사직권고를 무시하고 버티기로 일관해도 마땅한 제재수단이 없다는 데 있다. 이와함께 의원 출신 회장이 물러나도 대안이 없다는데 체육계의 고민이 깊다. 체육계의 한 인사는 “의원출신 회장이 물러나도 행정 공백 사태가 이어질 수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이어 “권력공백을 틈타 ‘체피아’(체육계 마피아)가 점령군처럼 행세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병석 대한야구협회장
이병석 대한야구협회장
김재원 대한컬링경기연맹 회장
김재원 대한컬링경기연맹 회장
신계륜 대한배드민턴협회장
신계륜 대한배드민턴협회장
이학재 대한카누협회장
이학재 대한카누협회장
홍문표 대한하키협회장
홍문표 대한하키협회장

따라서 체육인들보다는 기업인이 오히려 더 적합한 대안으로 자리 잡을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경영마인드를 갖춘 기업인이 체육단체 수장으로 오면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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