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바리스타로
성남시 "어르신에게 일자리 제공"
“어서 오세요. 어떤 커피로 드릴까요?”
2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구미도서관 1층에 들어서자 로비 카페에서 할머니들의 활기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렌지색 셔츠에 줄무늬 모자를 쓰고, 앞치마를 단정하게 두른 할머니 2명이 따뜻한 미소로 손님들을 맞았다. 손자 뻘로 보이는 학생 2명이 캐러멜 마키아토 2잔을 시키자 할머니들은 능숙한 손놀림으로 커피에 휘핑크림을 얹고 나뭇잎 모양까지 장식했다. 10분도 채 안 돼 달콤한 캐러멜 마키아토 두 잔이 완성됐다. 커피를 받아 든 장연형(21)씨는 “할머니들의 솜씨가 일반 카페 바리스타 못지 않다”면서 “값도 싸고 맛도 좋아 도서관에 올 때 마다 자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현란한 커피 만들기 솜씨는 구미도서관 1층 카페 ‘돌치’에서는 이제 흔한 모습이 됐다. 지난달 16일 문을 연 카페 돌치는 65세 이상 어르신 10명이 바리스타로 일하는 실버카페이다. 성남시가 노인 사회활동 지원사업(옛 노인 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카페를 만들어 할아버지 할머니를 주 3일 하루 4~5시간씩 고용하고 있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바리스타라는 점과 함께 아메리카노 1잔이 1,500원이라는 ‘착한’ 가격 때문에 학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카페 수익금은 인건비 외에는 또 다른 노인 일자리 마련을 위해 사용된다.
결혼과 동시에 전업주부 생활을 하다 40여년 만에 다시 취업했다는 김중(68)할머니는 “우리 같이 나이든 사람을 써주면서 또 노인들 체력에 맞게 1주일에 3일씩만 일하게 해주는 곳이 어디 있겠냐”면서 “보수가 많고 적음을 떠나서 일할 수 있어 하루하루가 행복하고 보람을 느낀다”고 활짝 웃었다.
성남시에는 카페 돌치를 포함해 ‘책 마루’(중원어린이도서관) ‘애노쉬’(중앙도서관) ‘뜨랑슈아’(분당도서관) 등 4곳의 실버카페가 공공도서관에 설치돼 있다. 노인들이 커피와 함께 빵을 직접 만들어 판매하는 ‘마망 베이커리&카페’도 수정구과 중원구 두 곳에 문을 열어 인기를 끌고 있다.
성남시는 올해 노인 사회활동 지원사업에 경기도내 최대 규모인 62억원을 투입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시 지원사업은 독거노인 등에 대한 말벗이나 안부 확인 등 단순 활동뿐만 아니라 65세 이상 노인들의 취업이나 창업까지 지원한다.
성남시 관계자는 “실버카페는 어르신들에게는 삶의 일터이자 희망을 여는 장소로, 도서관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는 담소 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다”며 “앞으로 어르신들이 더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중기자 k2j@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