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신임 원내대표에 3선 유승민 의원(대구 동을)이 당선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한나라당 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원조’ 친박이지만 지금은 비주류로 분류되는 대구 출신 인사다. 유승민 원내대표ㆍ원유철 정책위의장 후보는 어제 당내 경선에서 범친박계인 이주영 원내대표ㆍ홍문종 정책위의장 후보를 19표 차이(84대 65)로 승리했다. 김무성 당 대표를 포함, 비주류가 당 지도부를 완전 장악했다는 의미다. 그의 등장에 따른 당ㆍ청 관계나 대야 관계의 변화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유 신임 원내대표는 당선 일성으로 당ㆍ청 관계 정립과 관련해 “많은 의원님들이 걱정했지만 앞으로 대통령, 청와대, 정부와 긴밀하게 진정한 소통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당이 국정운영 중심에 같이 들어가 긴밀하게 논의하는 게 없어서 정책, 인사, 소통에 여러 문제가 생겼다”면서 당ㆍ정ㆍ청과의 소통 시스템 마련과 당과 대통령 간의 불통 문제를 꼭 해결하겠다고 했다. 올바른 진단이고, 해법이다. 올 초 대통령 신년사와 기자회견에서 드러난 박근혜 대통령의 인식은 민심과 한참 거리가 있었다. 최근 20%대까지 떨어진 대통령 지지율은 이를 반영하고 있다. 최근의 건강보험료 개편 철회 문제도 이 정부의 난맥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3년이나 남은 박근혜 정부가 벌써 레임덕에 빠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유 신임 대표의 역할을 기대한다.
그러나 지난해 국정감사 때 “청와대 얼라들(어린아이들의 사투리)이 하는 거냐”는 그의 거친 발언이 두고두고 회자하듯이 일개 의원 신분과 여당 원내대표로서의 말과 자세는 달라야 한다. 문제 해결 방식이 더 정교하고 섬세해져야 한다. 유 신임 대표는 자기 주장이 강하고, 직설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자였던 이주영 의원이 우려했듯이 자칫 당ㆍ청 갈등만 표출시키고, 문제만 복잡해지는 일이 없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박 대통령도 어제 “원내 지도부가 선출되면 당ㆍ정ㆍ청 협의를 통해 정책을 잘 조율해 국민에게 염려를 끼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당ㆍ청 소통이 얼마나 원활할지 지켜보겠다.
원활한 소통과 조정, 절충의 중요성은 대야 관계에서 더욱 필요하다. 유 신임 대표는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고, 논리를 설파하는 능력을 충분히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정치의 영역에서 자기 주장이나 논리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논란이 되고 있는 증세와 복지수준 문제, 김영란법 처리, 자원외교 국정조사 등 2월 국회 현안은 원내대표로서의 자질을 가늠할 시험대다. 원만한 대야관계를 구축한 전임 원내대표의 접근방식을 참고할 만하다.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는 원내대표 시절 야당의 입장을 이해하고, 요구도 많이 들어줬지만 그렇다고 손해 보는 장사를 한 적이 없다. 유 신임 대표도 국회선진화법 시대에 걸맞은 여당 원내대표의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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