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흑자 894억달러 넘어
수입이 더 줄어든 불황형인데다 원화 가치 올려 수출경쟁력 타격
작년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가 900억달러에 육박하며 또다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수출 주도로 성장해 온 우리에게 경상 흑자는 ‘굿 뉴스’였지만 요즘은 사정이 다르다. 대규모 흑자의 원인과 결과 모두에 상당한 위험 요소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과도한 흑자를 ‘관리’하겠다고 나섰지만, 말처럼 쉽지는 않아 보인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경상 흑자가 894억2,000만달러로 잠정 집계됐다고 2일 발표했다. 이는 사상 최대였던 2013년(811억5,000만달러)보다도 10% 이상(약 83억달러) 늘어난 규모다. 한은은 올해 경상 흑자(940억달러 전망) 역시 작년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제기되는 불안감은 대규모 흑자의 배경이다. 경상수지에서 절대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수지 흑자는 2013년 827억8,000만달러에서 작년 928억9,000만달러로 크게 늘었다. 수출 호조로 거둔 성과라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작년의 대규모 흑자는 수출이 전년보다 조금(0.5%) 늘고, 수입은 반대로 줄어든(-1.7%) 결과였다. 최근 우리나라의 수출 증가율(전년 대비)은 2010년 27.4%에서 2011년 26.6%, 2012년 2.8%, 2013년 2.4%로 갈수록 떨어지고 있고, 수입 증가율은 2012년 -0.7%, 2013년 -3.4% 등 3년째 뒷걸음을 치는 중이다. 정부와 한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민간 전문가들이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줄어 생기는 ‘불황형 흑자’라는 꼬리표를 붙이는 이유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수출이 지속적으로 정체된 가운데 수입 감소 폭이 커지는 최근 상황은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상최대 흑자가 누적되는 것도 불안요소다. 요즘처럼 각국이 다투어 자국 통화가치 절하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흑자로 국내에 들어오는 달러가 원화의 가치를 상승(원ㆍ달러 환율 하락)시키면 우리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이 두 배로 저해될 수 있다. 때문에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최근 “경상 흑자가 너무 많이 나면 환율 절상 압력이 생기기 때문에 올해 흑자 폭을 작년보다 낮은 수준으로 관리되도록 하겠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관리”라는 표현을 두고 논란이 일자 기획재정부 실무진은 “내수를 살려 수입을 늘리는 노력을 하겠다는 원론적 발언”이라고 해명했지만 시장에선 갖가지 관측이 무성하다. 직접적인 환율 개입은 어렵겠지만 규제완화로 해외자본투자를 늘려 자본수지 적자 폭을 늘리는 방안, 국가의 무기구매 대금 등 결제를 앞당겨 수입금액을 늘리는 방법 등까지 제기된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경상수지는 정책활동의 결과이기 때문에 인위적 관리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내수 활성화를 통한 수입 증가가 정공법일텐데 단기간에 이루기 쉽지 않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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