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지속적으로 높아져 대한항공 837%, 아시아나 732% 달해
수천억 고가 항공기 지속적 구입과 국제회계기준 변경 영향
“업종 특성 감안해도 불안… 재무구조 개선노력 미비 원인”
대한항공 837%, 아시아나항공 732%.
국내 양대 항공사의 부채비율이다. 항공사들이 유가하락과 중국 관광객 급증에 따른 실적개선 기대로 주가가 높아지고 있지만 부채비율도 급격히 높아지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항공사에서는 업종 특성상 부채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위험수위에 도달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부채비율이 837%에 달해 2009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2010년까지 400%대를 유지하던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2011년 800%대로 치솟았고,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는 1,000%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2009년 694%에 달했던 부채비율이 이후 감소추세를 보였지만 2013년부터 다시 증가해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732%로 높아졌다. 우량기업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기준인 ‘부채비율 200%’를 훨씬 초과한 만큼 투자자들에게 불안감을 주는 수치임에는 틀림없다.
항공사들은 그러나 고가 항공기 도입과 회계처리 변경 등으로 부채비율이 높아진 만큼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한 대에 수천억원에 달하는 최신 대형 기종을 지속적으로 구입하다 보니 자체 자금만으로는 항공기 구입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하늘 위 호텔’로 불리는 대형 항공기인 에어버스의 A380 기종을 2011년 6월 1호기 도입 이후 지난해까지 모두 10대를 구입했다. 아시아나항공도 지난해 A380 2대를 들여온 데 이어, 올해와 내년에도 각각 2대씩 추가로 사들일 계획이다. 이 항공기 한 대의 공식가격은 4,000억원 수준이다. 대한항공 측은 “업종 특성상 최신 기종을 지속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A380 이외에도 최신 항공기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2010년까지 적용된 한국일반회계기준(K-GAAP)이 2011년부터 국제회계기준(IFRS)으로 변경되고 항공기 감가상각연수가 20년에서 15년으로 줄어든 것도 부채비율이 증가하는데 영향을 미쳤다고 업계는 주장한다. 대한항공은 2011년 IFRS 도입 영향으로 부채비율이 전년도의 409%보다 416%포인트 증가한 825%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회계기준 변경으로 충당부채가 증가했지만 실질적으로 상환해야 할 빚은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부채비율이 일정수준을 유지하기보다는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재무구조 악화 원인을 업종 특성과 회계기준 변경 탓으로 돌리기에는 한계가 있다. 대한항공의 경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적극적인 재무구조 개선노력을 하지 않았고, 아시아나항공은 모기업인 금호그룹의 잇따른 인수합병 실패로 유탄을 맞았다는 분석이다. 대한항공은 신용등급 강등과 ‘땅콩 회항’ 사건으로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자 최근 창사 이래 최대규모인 5,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추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가하락의 결실이 올해 상반기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하면 영업이익 증가는 물론 재무구조도 다소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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