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 민족…美 지원받은 몽족, 공산 반군과 전쟁
경제 개방, 1990년대 냉전 붕괴 후 개방 시작
수자원 개발, 메콩강 본류에 잇따라 댐 건설
지난해 9월 ‘꽃보다 청춘’이라는 국내 케이블방송 프로그램에 소개된 후 라오스가 갑자기 한국인들의 주요 관광지로 부상했다. 계절적으로 최대 여행 성수기인 요즘 라오스 주요 도시 비엔티안(Vientiane), 루앙프라방(Luangprabang), 방비엥(Vangvieng) 등지에는 한국인들로 넘쳐난다. 대학을 비롯한 기관ㆍ단체들이 ‘자원봉사’를 위해 라오스를 방문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이렇게 한국인들 사이에 관광지나 봉사지역으로서 라오스의 인지도가 올라가면서 매년 수만 명의 한국인들이 라오스를 다녀가지만, 정작 라오스가 어떤 상황에 놓여 있으며 어떤 변화를 경험하는 나라인지 아는 경우는 드물다. 라오스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소수민족, 경제개방, 수력개발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알아야 한다.
기득권 라오룸족과 소수 몽족의 갈등
라오스는 겉으로는 매우 평화로운 나라처럼 보인다. 라오스 사람들의 얼굴에는 항상 온화한 미소가 있다. 무력 분쟁은 물론 개인 간의 다툼도 보기가 어렵다. 그렇지만 그 이면에는 나름의 긴장과 갈등이 있다. 라오스의 주류 종족과 소수 종족 간 분쟁의 역사가 이를 잘 보여준다.
라오스에는 다양한 종족이 있다. 정부기관인 라오국가건설전선(LFNC)이 공식으로 인정한 소수민족은 49개이지만 실제로는 160개 이상이다. 라오스 민족구분은 보통 ‘낮은 지대(해발 300m 이하)에 사는 라오인’이라는 의미의 라오룸(Lao Loum), ‘비교적 고지대(해발 300~900m)에 사는 라오인’인 라오텅(Lao Theung), ‘높은 산악지대(해발 1,000m 이상)에 사는 라오인’인 라오쑹(Lao Soung) 등 크게 3가지 부류로 나눈다. 지배종족인 라오룸은 약 50~60%, 피지배 종족인 라오텅과 라오쑹은 각각 20~30%, 10%를 차지하고 있다.
라오룸족과 몽족이라고 불리는 라오쑹과는 보이지 않는 갈등 관계에 있다. 라오룸족은 라오스 사회 내에서 기득권을 차지하고 있는 반면, 몽족의 입지는 매우 좁다. 과거 라오스 내 미국이 지지하는 왕정과 파텟 라오(Pathet Lao)라는 공산 반군과 내전이 한창일 때 몽족은 미국의 지원 하에 공산 반군과 전쟁을 치렀다.
미국 중앙정보국(CIA)는 라오스 북부인 시엥쾅(Xienkwang) 근처 롱청(Long Cheng)에 처음 군사기지를 세웠다. 공산 반군에 맞서 몽족 지도자 방파오(Vang Pao)가 조직한 군대는 한때 최대 1만8,000여명에 이르기도 했다. 그러나 1975년 라오스에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서면서 약 30만명의 라오스인들이 미국과 태국으로 망명했다. 그 중 대부분은 몽족으로 지금도 태국에는 몽족 난민캠프가 있다.
그런데 라오스가 1980년대 중반 개방정책을 시행한 이후 태국 난민캠프에 있는 몽족의 귀환문제가 불거졌다. 북부 펫차분(Phetchabun) 지역의 약 8,000명 난민 중 일부가 송환되자 관련 국제 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기도 하였다. 이 단체들은 라오스 사회주의 정부의 탄압을 피해 망명한 난민들이 송환될 경우 처벌과 고문 받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라오스와 태국 정부는 지속적인 난민 송환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앞으로 이 이슈가 라오스 내 갈등과 긴장관계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지도자들 “개방 없이 가난 못 벗는다”
차츰 바뀌고는 있지만 동남아시아 여러 국가 중에서 라오스는 여전히 우리에게 가장 낯선 나라에 속한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을 모르는 사람은 없어도 라오스가 어디에 있는 국가인지 모르는 사람은 지금도 많다. 한국뿐만 아니라 라오스는 세계적으로도 잘 알려지지 않은 국가였다. 그 이유는 라오스가 지정학적으로 바다가 없는 인도차이나 내륙 국가로서 다른 국가들과의 교류가 많지 않았고, 사회주의 정권 수립 이후 주변 공산국가 이외에는 외교적, 경제적 교류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최근까지도 ‘잊혀진 나라’였던 라오스는 하지만 서서히 변해가고 있다. 라오스는 1990년대 냉전이 무너지면서 조금씩 개방을 시작했고, 1997년 동남아국가연합(ASEAN)에 가입해서는 기존의 외교적 고립을 완전히 종식시켰다. 2013년에는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했으며 올해 출범하는 아세안공동체 단일시장의 일원으로도 참여했다.
정치체제는 공산주의 일당독재가 공고하지만, 경제적으로는 시장경제로의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라오스의 정치지도자들이 세계 경제에 대한 개방과 적응이 없이는 최빈국 라오스의 빈곤과 저개발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 외국인투자법과 노동법 등 관련 법규를 정비해 해외투자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그런 모습의 일환이다. 태국 중국 베트남 그리고 한국을 포함한 많은 외국 기업들이 라오스에 진출했거나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댐 건설 통한 전력수출로 성장 기대
하지만 경제개방이 성공인 결실을 거두려면 라오스 내 산업경쟁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현재 라오스는 아세안 국가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로 2005년 이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연평균 8%에 이른다. 라오스의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3대 산업은 광업, 관광업, 수력개발이다. 광업은 현재 라오스 수출의 50%를 차지하지만, 가격단가가 낮은데다 고갈의 위험을 늘 안고 있다. 관광업은 외화를 거두는 가장 효과적인 산업이기는 하지만 계절적으로 성수기와 비수기가 나뉘고, 세계 경제위기나 라오스 관광객의 유입 경로인 태국의 잦은 정정 불안 등 대외 변수에 따라 부침이 크다는 약점이 있다.
이보다 안정적인 외화획득이 가능한 분야가 수력발전을 통한 전력 수출이다. 라오스 정부는 수력 댐 건설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메콩강 유수량의 3분의 1을 확보하고 있는 라오스는 지금까지 메콩 지류에 댐을 건설했지만, 2011년부터 메콩 본류 최초로 싸야부리(Xayabouri) 댐을 건설하고 있다. 이어 돈사홍(Don Sahong) 댐 건설에 착수하는 등 향후 메콩 본류에 잇따라 댐을 만들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라오스 정부는 현재 3,240㎿인 전력생산량을 2020년까지 4배인 1만2,000㎿, 2030년에는 거의 10배인 3만㎿ 까지 늘리고 이 중 약 70~80%를 해외로 수출한다는 계획이다.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 등 주변국들이 모두 전력 부족 상태여서 라오스 전력 수출의 전망은 밝은 편이다. 라오스 정부의 목표대로 전력개발과 수출이 달성된다면 GDP에서 전력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20% 이상이 되고, 라오스는 2020년쯤 최빈국 상태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메콩강이 6개국이 공유하는 국제하천이라서 라오스의 일방적인 댐 건설에 다른 국가들의 반발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라오스가 메콩강 하류인 베트남, 캄보디아와 갈등 가능성을 외교 최우선 과제로 여길 정도다. 또 댐 건설로 수몰 등 직접 피해를 보는 메콩 유역 주민들과 국제환경단체의 반대에 맞서야 한다는 부담도 적지 않다.
이런 라오스의 상황을 설명하는 가장 적합한 단어는 ‘정중동(靜中動)’이다. 그 동안 별로 존재감이 없었지만 조용히 그리고 꾸준히 바뀌어 가는 라오스를 눈여겨보며 주변국은 물론 세계 주요국들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중국은 라오스의 최대 투자국가이며, 일본은 최대 원조국가, 태국은 최대 무역국가이다. 베트남은 전통적인 정치적 우방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주요국이 5개국과 접경한 라오스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인식하고 경쟁적으로 라오스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이요한 라오스 수파누봉대 교수·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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