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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화의 길 위의 이야기] 선물

입력
2015.02.02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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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을 주고받는 것은 기쁜 일이지만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누구에게 무엇을 어떻게 전하는지에 따라 선물의 의미는 천차만별인 것 같다. 사랑을 고백하기 위해 손이 떨리고, 특별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고민하기도 한다. 축하와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도 하고, 미안함을 담기도 한다. 청탁성 뇌물도 따지자면 선물의 일종이랄까. 명절을 앞두고 백화점이 붐비기도 한다. 넘치지 않도록 선물을 준비해야 할 일이 있고, 누군가의 선물을 기꺼이 받아야 할 일도 있다. 종종 받아서 마음이 불편해지는 일도, 되돌려 보내야 할 경우도 있을 것이다. 나는 어릴 적 사과모양 양초를 산 적이 있다. 초등학교 때 같은 반 친구에게 선물하려고 용돈을 털었는데 부끄러워서 끝내 전해주지 못했다. 친구는 전학을 가버렸고 다시는 만날 수 없게 되었다. 얼굴이 까만 개구쟁이였다. 내가 잊지 못하는 또 다른 선물은 흑단 반지다. 투박한 나무 반지인데 언뜻 보면 병뚜껑처럼 보이기도 한다. 오래 아끼며 끼고 다녔으나 서랍 깊숙한 곳을 차지하고 있다가 정리되었다. 선물의 운명이란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와 너의 관계를 정확히 지시하는 것.

아이는 그림을 그리거나 편지를 쓰거나 색종이를 접어서 선물, 하고 내민다. 내 마음이야, 하며 웃는다. 오늘은 종이 가득 빨간 깍두기를 그려주었다. 엄마 오늘 선물 없어요? 초콜릿 같은 거 말이에요, 하기도 한다. 소박하게 주고받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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