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전문가뿐 아니라 與 내부서도 재원 충당 방안 놓고 우려 제기
與 "복지개혁" 자성 목소리 꿈틀 野 "부자 증세" 기존 입장 되풀이
최근 정부의 잇단 정책 난맥상은 2012년 대선 당시 복지 공약 남발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 당시 전문가 그룹을 중심으로 재원 조달 방안의 비현실성 등에 대한 우려가 꾸준히 제기됐지만, 표를 의식한 여야 정치권이 현실성 없는 정책을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뒤늦게 여당은 복지 축소를 통한 국가재정 건전화에, 야당은 법인세 인상 등을 통한 부자증세에 초점을 맞추면서 상황 타개에 나서는 분위기지만 증세와 복지에 대한 접근 방식에 간극이 커 절충점을 찾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2012년 대선 ‘너도 나도 복지’의 부메랑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현 새정치연합) 후보는 경쟁적으로 복지 확대를 내세우면서 총력전을 펼쳤다. 특히 박 후보는 진보 진영이 주도하는 복지 어젠다까지 끌어안고 '증세 없는 복지'라는 슬로건을 내세웠고 집권 이후 정책으로 밀어붙였다.
당시 박 후보는 131조원에 규모에 달하는 복지 공약을 제시하면서 재원 충당 방안으로 세출 구조조정과 지하경제 양성화, 비과세ㆍ감면 정비 등을 통해 매년 27조원씩 임기 5년간 증세 없이 약 135조원을 마련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물론 여권 내부에서도 우려가 제기됐다. 세출 구조조정은 이명박정부를 비롯해 이전 정부에서도 내세운 정책 목표였지만 제대로 성과를 낸 적이 없었고, 비과세 감면 역시 취약계층을 비롯한 계층별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라 정책 추진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지하경제 양성화 방안 역시 급격하게 수위를 높일 경우 경제 전반의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가 많았지만 선거 분위기에 편승돼 묻히고 말았다.
문 후보측도 예외는 아니었다. 박 후보에 비해 61조나 더 큰 192조 규모의 복지 공약을 내걸면서 세출 구조조정과 부자증세 등을 통해 매년 39.5조원씩 5년간 약 197조의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인세 인상 등을 통한 부자증세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문 후보의 공약 역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대기업을 겨냥한 법인세 인상의 여파가 중소기업에 미칠 부정적 영향과 함께 이명박정부의 부자감세로 인한 세수감소분 추계를 둘러싼 논란 때문이었다. 당시 정부는 부자감세로 63조원 가량의 세수감소를 주장했지만 문 후보측은 100조원으로 추산했다.
與 복지 축소에 방점..野 법인세 인상부터
대선 당시 우려됐던 복지공약은 경기 침체로 인한 세수 부족과 맞물려 박근혜 정부에게 부메랑으로 되돌아온 형국이다. 정치권을 비롯한 각계에서 실패한 정책을 바로 잡자는 논의가 시작되고 있지만 여야의 접근법이 크게 달라 입법 논의가 순탄치 않을 수도 있다.
여당 내부에서는 박근혜정부 출범 초기부터 대선 당시 복지 공약 남발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와 함께 복지개혁 등을 통한 국가재정건전성 확보 방안이 꾸준히 모색되고 있다. 김무성 대표가 19대 국회 복귀 후 재정준칙을 법률에 명문화하고 국가부채의 무분별한 증가를 막는 내용의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도 이 같은 분위기를 배경으로 한다. 원내대표 경선에 나선 유승민 의원과 나성린 정책위부의장 등의 언급으로 증세 논의 가능성도 급부상하고 있지만 공론화할지는 미지수다.
특히 여권의 논의가 복지개혁에만 초점이 맞춰진다면 복지축소 논란에 직면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증세 논의를 한다는 것도 여권 지도부 입장에서는 표와 직결되는 문제라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야당은 법인세 인상을 비롯한 부자증세에 방점을 찍고 있다. 지난 대선을 통해 보편적 복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부자 증세를 통해 현재의 복지 정책을 고수하고 만약 부족할 경우 국민적 합의를 토대로 보편적 증세를 논의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새정치연합은 이를 위해 법인세 최저한세율 인상 및 법인세율 정상화, 재벌 대기업 특혜성 비과세 감면 폐지 법안 등을 다수 발의해 놓은 상태다.
물론 여야가 극적으로 합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인 정희수 새누리당 의원은 "고통 분담 차원에서 법인세율을 2, 3년간만 1% 포인트 인상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며 여야 협의의 단초를 던졌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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