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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젊은 날의 결여(缺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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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젊은 날의 결여(缺如)

입력
2015.02.01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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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 제자 자공이 밖에 나갔다가 당시 지체 높은 태재 벼슬 하는 이를 만났다. 태재는 평소 궁금히 여기던 터라 “너희 선생님은 성인이시냐? 어찌 그리 능력이 많은가?”라고 물었다. 자공은 우쭐해서 “하늘이 장차 성인을 내리실 때는 마음껏 펴시도록 능력도 함께 주셨을 것입니다”라고 대답하였다. 배움터로 돌아와 공자를 뵙자 자신이 선생님을 하늘이 내신 분이라 높여주었음을 자랑스럽게 늘어놓았다. 그러자 공자는 대뜸 “뭐라고? 하늘이 나에게 능력도 함께 주었다고? ‘나는 어려서 빈천했기 때문에 아무 것도 아닌 일에도 능한 것’(吾少也賤, 故多能鄙事)이지, 어찌 나라고 능력을 타고 났겠느냐?”라고 호통을 쳤다. ‘논어’에 실려 있는 짧은 고사다. 70대 노인 숙량흘과 10대 후반의 어린 안징재 사이에 난 공자는 곧바로 아버지 없이 온갖 소소한 일도 스스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었을 것이다. 그 속에서 배운 것은 지혜가 되고 능력이 되어 비사(鄙事ㆍ하찮은 일)라 해도 처리 방법이 달랐고, 보는 눈이 달랐으며, 시작할 때 끝을 헤아리는 순서를 터득하게 되었을 것이다.

진시황을 도와 문자를 통일한 이사(李斯)는 소년 시절 시골 작은 군의 사환이었다. 아침 일찍 나가 상관의 책상 정리소를 마친 뒤 휑한 뒷간에 들어섰더니 털이 빠지고 피부는 헐어 삐쩍 말라비틀어진 쥐 한 마리가 인분을 파먹다가 놀라 후닥닥 달아나는 것이었다. 자리로 돌아온 그는 상관이 시키는 대로 나라에 바칠 곡물 저장 점검을 위해 창고문을 열었다. 그랬더니 높이 쌓인 쌀가마니 위에 말(斗) 만한 쥐가, 윤기가 나는 모습에 눈을 반짝이며 겁도 없이 떡 버틴 채 내려다보는 것이 아닌가! 이사는 그 즉시 책 보따리를 싸서 고향을 떠났다.

젊은 날의 결여. 보기에 따라 엄청난 자산일 수 있다. 젊을 때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다면 더 담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하나씩 채워나가라고 젊음을 주지 않았겠는가? 나아가 젊을 때 결여라는 조건을 극복하지 않고 위인이 된 자는 없었다. 아니 큰 사람으로 키우기 위해 하늘은 반드시 결여라는 상황을 먼저 주는 것이 섭리다. 그 때문에 맹자는 “하늘이 장차 한 사람에게 큰 임무를 맡기려 함에는 반드시 먼저 그에게 심지(心志)를 고통스럽게 하며, 근골(筋骨)을 노고롭게 하며, 배고픔에 시달리게 하며, 물질에 궁핍을 강요하며, 나아가 이젠 벗어나 큰 일 하겠노라 나선 그날 또 마구 흔들어 한 번 더 좌절을 맛보게 한다. 그 이유는 마음에 격동을 느끼고 성품에 인내를 길러, 마침내 큰일을 수행할 때 해내지 못할 결함이 없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 하였다.

지금 청년 실업이 사회적인 큰 문제다. 우리만의 일도 아니고 지금만의 현상도 아니라고 하기엔 너무 안타깝고 안쓰럽다. 경쟁은 끝간 데 없이 무한하고, 요구는 하늘의 별을 따오란다. 노력만으로도, 성실함만으로도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 나의 이러한 결어는 무언가 큰일을 맡기기 위한 준비기간이 좀 긴 것이 아닌가 바꾸어 생각해볼 수 없을까? 더 실력을 키우고 내일을 위한 훈련의 땀을 아끼지 않는다면 꿈은 현실로 다가올 것이며 그 때는 마음 놓고 준비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만이 나를 긍정으로 성장시켜줄 것이다.

전국시대 소진(蘇秦)은 합종책을 성공시켜 여섯 나라의 동시 재상이 된다. 그가 멋진 고향방문에 나섰을 때 그의 고향 벽촌에 이르자 놀란 수행원 부하가 “어찌 이런 곳에서”라고 물었다. 소진은 이렇게 술회하였다.

“나에게 이 낙양 변두리 성곽을 등진 비탈지고 척박한 돌 밭 두어 뙤기만 있었더라면 내 어찌 여섯 나라 재상 도장을 허리에 찰 수 있었겠는가?”

그렇다. “젊어 고생은 사서라도 한다”하지 않았는가? 지금 이 젊은 날의 고통, 긍정으로 바꾸고 오늘도 준비하자. 부정과 울분으로 보내도 물리적 시간은 간다. 보상도 없다. 그럴 바에야 긍정으로, 가슴을 펴고, 어금니 물고, 숨 한 번 크게 들이 쉬고, 꿈을 이루기 위해 지금 이 결여를 엄청난 자산으로 바꾸어보자. 나는 큰 임무를 타고 났기에.

임동석 건국대 중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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