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가 최근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주경기장으로 쓸 광주월드컵경기장의 외벽 노출콘크리트 표면 보수공사를 발주하면서 특허공법 사용을 조건으로 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해 특혜 논란(본보 1월 7일자 14면)이 불거진 데 대해 감사를 벌이고도 그 결과 공개를 거부해 빈축을 사고 있다. 더구나 시는 윤장현 광주시장에게 감사 결과를 보고하고도 외부엔 “감사가 끝나지 않았다”고 거짓말까지 한데다, 특허공법 적용을 반대하며 감사를 의뢰한 공사 발주 담당 직원을 타 부서로 인사 조치한 것으로 드러나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1일 시에 따르면 시 감사관실은 지난해 12월 26일부터 광주월드컵경기장 외벽 보수방안 적정성에 대한 기술감사를 벌인 뒤 그 결과를 지난달 29일 공사 발주 부서인 경기시설과에 통보했다. 당초 지난달 9일까지 감사를 끝내려던 계획보다 20일 늦어진 것이다.
감사관실은 당시 ‘노출콘크리트 중 외부 노출 부분은 당초 제시한 특허공법으로 보수하는 게 유리하고, 비노출 부분에 대해서는 특허공법보다 공사비가 저렴한 적정공법을 검토해 사업비를 절감하는 방안을 강구하라’는 내용의 감사 결과를 경기시설과에 통보했다.
그러나 감사관실은 이 같은 감사 결과를 윤 시장에게도 보고하고서도 외부엔 “아직 감사가 마무리되지 않았다”고 둘러대며 감추기에 급급했다. 또 감사 결과 통보 사실이 들통난 뒤에도 감사 결과에 대해서는 “다음에 말하겠다”며 끝내 공개를 거부했다.
감사실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교육 출장 중인 감사관이 조만간 업무에 복귀하면 (감사 결과)내용에 대해 한 번 더 이야기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윤 시장에게 감사 결과 보고를 끝내고 관련 부서에 그 내용까지 통보까지 했지만 감사 결과 공개 여부는 감사관이 결정한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시장에게 보고가 끝난 사안을 감사관이 부재 중이라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하는 게 말이 되느냐. 그렇다면 감사관도 없는데 관련 부서엔 어떻게 감사 결과를 통보했냐”, “시장보다 높은 사람이 감사관이냐”는 비판이 나온다.
시가 이처럼 석연찮은 이유로 감사 결과 공개를 미루면서 감사 결과 자체에 대한 불신도 감지되고 있다. 특허공법은 건축공사 현장에 거의 사용된 사례가 없는데다, 도장(塗裝) 방식의 공법이어서 광주월드컵경기장의 원래 모습이 훼손될 우려가 크다는 지적에도 감사 결과는 특허공법에 방점이 찍혀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시가 특허공법 편들기 식 부실 감사를 한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적지 않다.
한 건축사는 “노출콘크리트를 마감자재로 한 광주월드컵경기장은 국내 월드컵경기장 중 가장 아름다운 경기장으로 선정된 대표적인 공공건축물인 만큼 준공 당시 모습으로 보수해야 한다”며 “시는 건축전문가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노출콘크리트의 질감 등이 훼손되는 공법이 보수에 유리하다고 감사 결과를 내놓게 된 이유와 이를 뒷받침할 증빙 자료 등을 상세히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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