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새누리당은 연말정산 파동 이후 증세론을 타고 제기된 법인세 인상 요구를 일축해왔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최근 “세계적으로 법인세를 낮추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만)나홀로 인상할 경우 부작용이 예상된다”는 입장을 냈다. 이한구 의원도 그제 “국내 주력산업이 세계적으로 밀리는 가운데 법인세까지 올리는 건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이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서민증세 불만이 높아진 가운데 기업의 세부담은 오히려 빠르게 줄었다는 통계까지 나오자 차제에 법인세의 적정성이라도 따져봐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법인세 징수 실적은 40조4,00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조5,000억원 줄었다. 2013년에 이어 2년 연속 감소세라고 한다. 반면 같은 기간 소득세수는 전년보다 4조8,000억원이 증가해 정부가 법인세율 인하 등에 따른 세수 부족분을 소득세로 메우는 모양새가 됐다. 좀 더 넓은 기간을 두고 보면 법인세 부담 감소, 소득세 부담 증가 상황은 더욱 극적이다. 최근 나온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3년 법인세 실효세율은 15.98%로 사상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20.55%를 기록했던 2008년과 비교하면 무려 5%포인트 가까이 떨어진 셈이다. 반면 근로소득세 실효세율은 2009년 10.59%에서 4년 연속 올라 2013년 11.2%, 0.61%포인트 상승했다.
물론 이런 상황은 이명박 정부 때의 법인세율 인하 효과 때문만은 아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래 불황의 악영향이 더 클 수 있다. 소득세율 증가 역시 고소득층에 대한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 확대 등의 영향이 있는 만큼 무턱대고 서민들의 지갑만 털었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그런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실효세율이 15.98%까지 낮아진 법인세가 적정한 수준인지는 여전히 따져 볼 대목이 적지 않다.
법인세 인상에 반대하는 쪽에서 내세우는 대표적 논리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납세액을 따질 때 법인세 비중이 여전히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0년 현재 GDP 대비 법인세 총납세액 비중은 우리나라가 3.5%이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2.8%에 불과하다. 반면 소득세 비중은 3.6%와 8.7%로 OECD 평균이 훨씬 높다. 하지만 반대편에선 이에 대해서도 국내총소득(GNI)에서 차지하는 가계소득의 비중이 1975년 79%에서 2013년 61%까지 떨어진 반면, 기업소득은 9%에서 26%로 늘어날 정도로 가계보다 기업이 살을 찌운 결과라고 비판한다.
법인세 인상이 여전히 신중히 접근해야 할 문제인 건 맞다. 그러나 법인세를 올리면 기업 의욕을 꺾어 불황을 심화시킨다는 식의 막연한 주장만으로는 소득세와의 불균형에 대한 불만과 저항을 막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따라서 정부가 법인세 인상에 반대한다면 지금부터라도 그 적정성에 대해 보다 설득력 있는 논리와 근거를 적극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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