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붕괴론 압박하는 美에 발끈… 성김 6자 수석과 물밑접촉 공개
美 항모 겨냥 해·공군 타격훈련… 참관한 김정은, 美 거론 "미친개"
북한과 미국의 대립이 ‘강 대 강’ 국면으로 비화하고 있다. 미국 고위인사들의 ‘북한 붕괴’ 언급 압박에 북한은 미국을 ‘미친개’라며 맞받아쳤고, 한미 합동군사훈련 맞불 카드로 북한은 미국 항공모함전단 타격훈련을 진행하는 식이다. 북한은 미국의 접촉 제의 사실까지 폭로해버리는 등 북미간 대화 동력이 상실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북한은 1일 외무성 대변인이 조선중앙통신 기자와 문답을 하는 형식의 발표를 통해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6자회담 수석대표)와의 북미 물밑접촉 사실을 공개해버렸다. 북한은 이 발표에서 김 대표가 27일부터 30일까지의 아시아 방문 기간 대북 접촉 의향을 표시해 평양으로 초청했으나 미국이 이를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동시에 “미국이 대조선정책 전환을 거부하고 우리의 제도 붕괴를 꾀하는 한 단호하게 대처해나갈 것”이라고 비난했다. 실제 김 대표는 중국 등 3국에서 북한과 만날 수 있다는 의사를 전달했으나 북한에서 답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은 또 지난달 23일 서해, 30일 동해 앞바다에서 가상 미국 항모를 대상으로 한 해ㆍ공군 합동 타격훈련을 연이어 실시하고 31일 이를 공개했다. 이 자리에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까지 참석했다. 특히 그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북한 붕괴 언급을 거론하며 “미친개들과는 더는 마주앉을 용의가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로써 당분간 북미대화는 재개되기 어려운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북한은 매년 한미 키 리졸브ㆍ독수리 군사훈련이 시작되면 훈련이 끝날 때까지는 대화의 문을 닫아걸고 강공으로 일관했다. 올해도 3월 초 훈련 시작 전에 전기를 마련하지 못하면 4월 이후로 대화 국면이 밀리게 돼 있다. 북한은 또 지난해 초와 달리 ‘통미통남’에 실패해도 러시아, 중국에 기대면 된다는 계산도 할 수 있을 정도로 두 나라와 관계가 개선된 상태다.
반대로 미국은 소니 해킹 사태 이후 북한에 대한 불신이 고조된 상태다. 오바마 대통령에 이어 최근 방한한 웬디 셔먼 국무부 정무차관까지 북한을 인권탄압국, 국민을 굶주리게 하는 나라로 비난하며 북한 붕괴론을 거론한 게 대표적이다. 여기에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대북 물밑접촉 시도까지 실패하면서 당분간 미국 협상대표들도 대화 카드를 꺼내 들기 어렵게 됐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과 미국이 대화를 하고 싶어도 여건이 받쳐주지 않아 대화를 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려가고 있다”고 전했다.
북미 갈등이 고조될 경우 남북관계도 쉽게 풀리기는 어렵다. 한국 정부가 대화 의지를 보이고 싶어도 ‘움직이지 않는 미국, 믿음이 가지 않는 북한’ 때문에 섣불리 카드를 꺼낼 수 없기 때문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과 미국이 서로 외곽 때리기를 하면서 접점을 찾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리다 보면 북한이 4차 핵실험 카드 등을 꺼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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