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이탈리아의 신임 대통령으로 선출된 세르지오 마타렐라(73·사진)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마피아에 형이 살해된 비극을 계기로 법학자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시칠리아 정치 명문가 출신이다. 조용한 학자 스타일인 그는 정치 경력 25년간 좌·우파 정권에서 두루 요직에 기용됐다.
렌치 총리는 특히 이번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지난 22일 상원의 선거법 개정안 채택 당시 분열된 모습을 보였던 민주당을 다시 하나로 뭉치게 하는 것은 물론 중도성향의 표까지 대거 끌어모았다는 점에서 중요한 정치적 승리를 거둔 것으로 평가 받는다. 마타렐라를 대통령 후보로 추천한 마테오 렌치 총리는 마타렐라가 당선된 후 “그는 ‘법의 남자’이자, ‘마피아와의 전쟁의 남자’”라고 추켜세웠다.
마타렐라는 이탈리아 정부의 상징적인 존재로서 국제적인 지명도가 높았던 조르지오 나폴리타노 전 대통령과 달리 은둔형인 데다, 개성이 강한 렌치 총리와 만나면 기묘한 조합을 낼 수 있다는 평가가 있다고 dpa 통신은 지적했다.
마타렐라는 1941년 7월 23일 시칠리아 팔레르모의 정치인 베르나르도 마타렐라의 둘째 아들로 태어나 팔레르모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다음 의회법 등을 강의하며 교수 생활을 했다. 그러나 1980년 1월 6일 시칠리아 주지사이던 형 피에르산티가 승용차를 타고 가다가 악명 높은 마피아의 총격에 사망하자 삶의 방향을 바꿔 정계에 입문했다.
마피아 퇴치 등 시칠리아 재건운동을 주도하던 형 피에르산티가 사망할 당시 세르지오 마타렐라는 현장에서 피를 흘리는 형을 안고 병원으로 달려가는 모습으로 대중에 각인됐다. 그는 부친인 베르나르도가 창당 멤버로 참여한 기독교민주당 후보로 1983년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기독교민주당 집권 당시인 1989년에는 교육부 장관을 지냈고, 1990년에는 기독교민주당 부사무총장도 지냈다. 1998년 민주사회당 마시모 달레마 총리 시절에는 국방장관을 지내면서 이탈리아 육군 개혁 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지난 2001년과 2006년 총선에서는 중도 좌파 연합 후보로 당선됐다. 2007년 새로 창당된 현 집권 민주당의 창당 멤버로 참여했으며 2011년 10월 나폴리타노 전 대통령의 지명으로 이탈리아 의회에서 헌법재판소 재판관으로 선출됐다.
마타렐라는 내달 3일 상ㆍ하원 양원 합동회의에서 이탈리아 제12대 대통령 취임선서와 연설을 할 예정이다.
신지후기자 h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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