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 前 비서실장 링지화와 연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반(反)부패 투쟁이 금융권으로 확대되고 있다.
중국민생(民生)은행은 마오샤오펑(毛曉峰ㆍ43) 행장이 중앙기율검사위원회에 끌려가 조사를 받고 있으며 일신상 이유로 사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고 신경보(新京報)가 1일 전했다. 이 매체는 소식통을 인용, 그가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의 비서실장이었던 링지화(令計劃) 전 통일전선공작부장과 연관돼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마오 행장이 민생은행 안에 일종의 ‘부인구락부’를 설치하고, 링 전 부장의 부인 구리핑(谷麗萍) 등 고위 관료들의 부인들에게 출근하지 않는 일자리를 준 뒤 매월 일정액을 전달해 왔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마오 행장은 링 전 부장과의 인연으로 최연소 행장에 오르는 등 그 동안 초고속 승진을 해 왔다. 마오샤오펑은 1993년 링지화가 공산주의청년당 중앙선전부장 시절 후난(湖南)대 MBA(경영학석사) 과정을 다닐 때 그와 동창이 된 뒤 99년부터 3년여 간 공청당 중앙판공처에서 일했다. 이후 민생은행 판공실 부주임으로 낙하산 임명을 받았고 2008년 부행장이 된 뒤 지난해 8월 행장에 올랐다.
이번 조사로 반부패 투쟁이 금융권까지 겨냥하게 될 지도 관심사다. 금융권의 경우 관얼다이(官二代ㆍ고위 관료 자녀)나 훙얼다이(紅二代ㆍ당 원로 후손)들이 고위직이나 주주로 대거 포진하고 있어 반부패 조사가 본격화할 경우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중국에서 대표적인 규제 산업인 금융업은 사실상 당과 정부에 모든 권한이 집중돼 있어 부패의 고리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적잖다. 전직 고위 지도자의 자제들이 운영하는 사모펀드에는 시중의 자금이 몰리기도 한다.
실제로 장쩌민(江澤民) 주석의 손자인 장즈청(江志成)은 알리바바에 투자한 사모펀드 보위(博裕)캐피탈을,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의 아들인 원윈쑹(溫雲松)은 뉴호라이즌캐피탈을 이끌고 있다. 1996년 설립된 중국 최초의 민영은행인 민생은행도 최근 훙얼다이가 지배 주주라는 관측이 나오는 안방보험그룹(安邦保險集團)이 최대 주주로 부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의 신임을 받으며 반부패 투쟁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왕치산(王岐山)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가 중국인민은행 부행장과 중국건설은행장을 지내는 등 금융권에 정통한 인사라는 점도 이런 가능성에 무게를 두게 하고 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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