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오후 미국 워싱턴 ‘월터 E. 컨벤션 센터’2층. ‘2015 워싱턴 오토 쇼’의 ‘국내차 전시장’입구 부근에 부스스한 모습의 현지인 8명이 검은 띠로 둘러쳐진 공간에 갇혀 있었다. 인종도 나이도 각각 달랐으나, 모두 바다의 난파선 뗏목인 듯 한복판에 있는 소나타에 몸을 붙이고 있었다. 한 켠에서는 말쑥한 차림의 경비원이 누군가 차에서 손을 떼기만 하면 끌어내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있었다.
‘2015 워싱턴 오토 쇼’에서 가장 큰 화제 중 하나는 현대차 쏘나타를 놓고 벌이는 이들 8명의 ‘끝까지 손대기’(Hands On) 대결이었다. 규칙은 간단하다. 27일 오후 3시부터 시작한 이 대결에서 2월1일 낮 12시까지 쏘나타에서 손을 떼지 않으면 차 주인이 되는 것이다.
다만 마감시간까지 버틴 ‘독종’ 경쟁자가 다수일 경우에는 행운의 진짜 열쇠를 차지한 단 한 명이 차를 갖게 된다. 예컨대 8명이 끝까지 남았다면, 진짜 열쇠 한 개와 가짜 열쇠 7개를 무작위로 나눠준 뒤 시동이 걸리는 참가자에게 행운이 돌아가는 것이다.
물론 생리문제 등 원초적인 기본 욕구 때문에 3시간 마다 15분씩 휴식시간이 주어진다. 또 갈증과 허기를 달래기 위해 각자 준비해 온 물이나 음식물은 수시로 먹을 수 있다.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 주 맥클린에서 온 켈리 아담스(26)는 “반드시 자동차를 차지하라며 여자 친구가 수시로 음식과 물을 배달한다”고 소개했다.
한편 대당 2만5,000달러(2,700만원)에 달하는 이 차에 도전한 각 참가자의 이유도 각양각색이다. 아담스는 “여자 친구에게 주겠다”고 밝혔고, 가장 고령인 하워드 실버스타인(72)은 “몸이 성치 않은 아내의 주행거리 12만5,000마일 낡은 차를 현대 쏘나타로 바꿔주고 싶다”고 말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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