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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화의 길 위의 이야기] 김밥

입력
2015.02.01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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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종종 김밥을 싼다. 둘둘 말아주면 식구들이 잘 먹는다. 김밥은 아주 흔하고 값싼 음식이 되었다. 먹을 게 다양해진 요즘에는 김밥이 맛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내게 김밥은 향수어린 음식이다. 소풍 날 이른 새벽부터 엄마는 김밥 준비를 하셨고, 나는 엄마 옆에서 일을 도왔다. 기름병을 열어주고 참깨를 뿌려주고 소금통도 집어주고는 했다. 고슬고슬 지어둔 밥을 김발에 납작하게 펴서 가지런히 속을 올리고 동그랗게 말아내는 엄마의 손은 자신감에 차 있었다. 기름칠을 한 칼로 쓱쓱 썰어내면 모양도 맛도 좋았다. 김밥 꼬투리를 집어 먹으며 소풍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 오르고는 했다. 뿌여니 날이 밝아오면 알록달록 김밥이 척척 쌓인다. 그런 엄마는 이제 다 늙어서 김밥을 싸는 일은 없다. 지금은 거꾸로 내가 가끔씩 친정 엄마를 위해 김밥을 싼다. 그런 시간들이 무한정 많이 남아 있지는 않을 것이다. 엄마를 위해 밥을 지을 때면 젊은 엄마가 생각난다. 언젠가 나는 김밥을 싸며 눈물을 흘릴지도 모르겠다.

김밥에 관한 시를 쓴 적이 있다. 사람들이 읽고 재미있다고 했다. 그 시를 읽으면 기분 좋은 허기를 느낀다고 했다. 사 먹지 왜, 귀찮게. 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래도 애써 못생긴 김밥을 말 때가 있다. 모르겠다. 그게 그렇다. 말 안 들어 혼내다가도 아이들이 입 속에 넣고 우물우물 하는 걸 보면 아이고 내 새끼들, 하게 된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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