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대회 한 달간 압축성장…러시아 월드컵까지 믿고 가야"
오랜만에 축구에 울고 웃은 한 달이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31일 호주 시드니의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2015 호주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호주와 연장전까지 가는 명승부를 펼친 끝에 1-2로 석패했다.
55년만의 아시아 정상 탈환에는 실패했으나 불과 4개월간 손발을 맞춘 대표팀이 일군 27년만의 준우승은 분명 값진 성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게다가 수많은 난관을 딛고서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며 결승까지 진출한 과정은 이번 준우승을 결코 폄할할 수 없도록 만든다.
◇ 성공적이었던 '박주호 시프트' = 특히 슈틸리케 감독은 상대의 허를 찌르는 카드를 자주 꺼내들어 팬들을 놀라게 했다.
이날은 그동안 대표팀에서 가동된 적 없었던 '박주호(마인츠) 시프트' 카드를 내밀었고 이는 성공적이었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한국이 수비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슈틸리케 감독은 박주호를 왼쪽에 넣고 상대를 전방위 압박, 강공을 펼치며 분위기를 주도했다"면서 "상대의 의표를 찌르는 전술이었다"고 호평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도 "결승 무대에서 그런 용병술을 쓰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면서 "결승 뿐 아니라 대회 전반에 걸쳐 슈틸리케 감독은 승리를 위해 융통성을 발휘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라고 높이 평가했다.
한 위원은 "후반전 막판과 연장전 곽태휘(알 힐랄)를 공격수로 사용한 것도 성공적이었다. 우리 사정과 상대 상황에 맞는 변칙으로 잘 대처했다"고 강조했다.
◇ 성공적인 세대교체…'좌진수' 시대 열려 = 슈틸리케 감독에게는 이번 대회까지 4개월도 안 되는 시간만이 주어졌다.
그런 가운데서도 그는 남태희(레퀴야) 등 중동에서 뛰던 새로운 선수들을 대거 중용했고 이들은 기성용(스완지시티), 손흥민(레버쿠젠) 등 기존 선수들과 융화를 이뤄냈다.
2014 브라질 월드컵 때 부상으로 최종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김진수(호펜하임)는 이번 대회에서 유일하게 전 경기 풀타임을 소화했다.
그가 이번 대회를 통해 '포스트 이영표(은퇴)'의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 역시 큰 성과로 꼽힌다. 김진수는 1992년생 동갑내기 손흥민과 함께 왼쪽을 확실히 책임졌다.
신 교수는 "어린 손흥민이 주축이 되고 김진수가 자리를 잡으면서 앞으로 대표팀은 왼쪽 걱정은 전혀 안 해도 될 정도"라면서 "김진수가 결승골을 내주는 실수를 했으나 '옥에 티'에 불과하다. '좌영표'에 이은 '좌진수' 시대라고 불릴 만하다"며 극찬했다.
◇ 이제는 러시아…'압축성장'한 대표팀 믿고 기다려야 = 슈틸리케호는 2018 러시아 월드컵을 향한 첫발을 성공적으로 내디뎠다.
대표팀은 조별리그에서 주전 다수가 감기 몸살에 걸리고 핵심 전력이 줄부상을 당하는 난관을 이기고 결승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역대 어떤 대표팀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만큼 끈끈한 팀으로 거듭났다.
또 슈틸리케 감독은 팀이 안정을 찾은 토너먼트에 들어서는 당초 지향점으로 내세운 '점유율 향상을 통한 공격축구'를 보여줬다.
한 달간 A매치 커다란 압박감을 주는 6경기를 소화하면서 '슈틸리케 축구'가 방향을 잡고 전진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한 위원은 "대표팀이 한 달간 '압축성장'을 한 좋은 기회였다"면서 "성과와 동시에 공격진의 유기적인 플레이, 수비진의 불안한 볼 처리 등 해결 과제도 명확히 드러났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브라질 월드컵 이후 지난 반년간 지속된 거센 풍랑을 스스로의 힘으로 헤쳐나온 대표팀을 이제는 믿고 기다려줘야 할 때라고 신신당부했다.
신 교수는 "슈틸리케호는 러시아 월드컵을 준비하는 큰 프로젝트"라면서 "경기를 거듭할수록 나아지는 모습을 보인 대표팀을 이제는 다소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계속 응원해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은 2011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4강에 그쳤으나 조광래 전 감독이 보여준 세련된 축구에 팬들은 박수를 보냈다.
불과 1년도 채 되지 않아 브라질 월드컵 2차 예선에서의 부진을 이유로 조 전 감독을 경질한 실책을 대한축구협회가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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