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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서막 보여준 슈틸리케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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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서막 보여준 슈틸리케 리더십

입력
2015.01.31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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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현지시각) 오후 호주 시드니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2015 호주 아시안컵 대한민국과 호주의 결승전 경기에서 한국 슈틸리케 감독이 선수들에게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시드니=뉴시스
31일(현지시각) 오후 호주 시드니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2015 호주 아시안컵 대한민국과 호주의 결승전 경기에서 한국 슈틸리케 감독이 선수들에게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시드니=뉴시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변화하라'는 기치를 내걸고 2015 호주 아시안컵에 나섰다.

작년에 월드컵 부진 때문에 난타를 당한 대한축구협회가 슈틸리케호와 함께 새로 출발한다며 그런 구호를 정했다.

31일 막을 내린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아쉽게 우승을 놓쳤으나 그 슬로건에 걸맞은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간 축구 팬들의 속에 쌓인 체증이 서서히 풀려가는 조짐이 그라운드 안팎에서 나타난 게 사실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확고한 지향점, 합리적이고 투명한 선수 선발과 기용을 토대로 승리하는 분위기를 조성해가고 있다.

일단 순항을 시작한 슈틸리케 감독이 일련의 개혁을 완수해 한국이 세계무대로 당당하게 나아갈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 확고한 지향점 제시 = 지향점, 철학이 뚜렷하지 않았다는 점은 최근 한국 축구에서 가장 아쉬운 면으로 지적돼왔다.

작년 브라질 월드컵 예선 과정에서 잦은 사령탑 교체와 함께 '이기는 축구', '한국형 축구' 등의 주제가 등장했으나 결실을 보지 못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적극적으로 볼 점유율을 높이는 축구로 공연처럼 관중이 즐기는 축구를 하고 싶다고 일관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물론 슈틸리케호는 이번 대회에서 볼 점유에 실패한 적이 있었고 수치로는 성공했으나 내용에 적극성이 없던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승리가 이어지자 '늪 축구' 또는 '실학축구'처럼 결과로 경기 전체를 분식하려는 말도 나왔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런 말에 대해 "한 번만 지면 모두 사라질 말"이라며 일희일비하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아직 완성을 보지 못했으나 구체적 방향을 잡고 뚜렷한 길을 선수 모두가 함께 걷는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보인다.

이번 대회를 겪으면서 태극전사들은 "패스를 앞세워 점유율을 쟁취한다"는 말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있다.

◇ '의리 축구'에 강력한 반감 = 국가대표가 경기력보다 사령탑과의 친분으로 선발된다는 의혹은 한국 축구의 신뢰를 흔들었다.

작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졸전을 펼친 대표팀이 여론에 난타를 당한 것도 부진 자체가 아니라 이런 의심 때문인 것으로 관측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친분으로 선수를 뽑거나 기용하는 '의리 축구'의 가능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대회 기간에 불거진 촌극으로 이런 사실이 드러났다.

슈틸리케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수비진의 잦은 교체의 배경을 묻는 말에 갑자기 취재진에 화를 냈다.

나중에 그는 격분한 까닭이 선수와 기자의 유착관계를 의심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 내용보다 누가 경기에 나설지 관심을 갖는 데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나도 친분이 있는 선수, 좋아하는 선수가 있지만 친분으로 선수를 뽑거나 기용하는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런 리더십에서는 선수단 불화가 싹트지 않고 감독에 대한 물밑 비방도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 불편부당한 선수 선발·기용 = 골키퍼 김진현(세레소 오사카), 스트라이커 이정협(상주 상무)의 활약은 슈틸리케호의 결실이다.

그간 소외돼온 선수가 발탁돼 제 몫을 해냈다는 사실은 슈틸리케호의 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경기력을 토대로 선수가 선발돼 기용되면서 우수한 자원이 꽃을 피우는 것은 한국 축구의 발전 가능성을 키우는 긍정적 현상이다.

국내의 한 지도자는 "어떤 국가대표 감독도 국내에서 눈을 씻고 찾아봐도 이동국, 박주영, 김신욱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그 말을 전해듣자 "푸∼" 소리를 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정협과 같은 '진흙 속 진주'를 찾는 작업이 계속될 것이며 대표팀이 문은 언제라도 열렸다는 의미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를 기용할 때도 인지도를 먼저 고려하지 않는다.

물론 기술이 뒷받침돼야 하겠지만 컨디션이 100%가 아닌 선수는 라인업에서 배제되는 채찍을 맞기 십상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컨디션이 90%가 되더라도 라인업에 허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등번호는 숫자에 불과하다"며 전체 선수를 주전처럼 기용할 수 있는 꿈의 경지를 열심히 추구하고 있다.

◇ '위닝 멘털리티' 끌어냈다 = 어떤 상대를 만나더라도 투지와 근성으로 괴롭히던 게 한국 축구의 전통적 덕목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한국 축구는 그런 호쾌한 모습을 잃어버린 채 허둥대는 모습을 자주 노출했다.

작년 브라질 월드컵 예선, 본선을 준비하는 과정의 평가전에서 태극전사들은 무기력하기 짝이 없었다.

슈틸리케호는 조별리그 때 부상과 감시 몸살 때문에 곤욕을 치르면서도 꾸역꾸역 승리해왔다.

슈틸리케 감독은 모자란 기술을 지적하면서도 투지와 정신력의 비중을 훈련이나 경기 때 줄곧 강조해왔다.

그 과정에서 한국은 예전에 느껴보지 못한 끈끈한 저력, 난국을 돌파해낼 수 있다는 강력한 자신감을 보이기 시작했다.

어떤 어려운 환경에도 쉽게 굴하지 않고 넘어져도 금방 일어나는 강호의 전유물인 '위닝 멘털리티'에 맛을 들인 것이다.

호주와의 결승전에서도 연장 후반 추가시간까지도 태극전사들은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런 자아도취의 경지를 경험한 슈틸리케호의 구성원이 계속 단단한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 '아시아 우물' 벗어날까 = 슈틸리케 감독은 "아시아의 우물을 벗어나겠다"며 새해 포부를 밝혔다.

아시아 국가들과의 성적 경쟁에만 곁눈질할 게 아니라 세계무대를 바라보고 학습하고 단련하며 도전 의지를 불태워야 한다는 의미였다.

아시안컵은 마무리됐고 이제 다가오는 과제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본선으로 가는 과정인 아시아 지역 예선이다.

슈틸리케호는 오는 6월, 9월, 10월, 11월에 두 차례씩 홈 앤드 어웨이로 2차 예선을 치른다.

아시아 국가들의 전력 평준화 탓에 만만한 상대가 사라지고 있어 더 큰 부담을 지고 월드컵 예선에 나설 수밖에 없다.

슈틸리케호는 예선을 본선의 준비로 삼고 기술적, 정신적으로 세계무대를 향해 계속 조금씩 진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본선으로 가는 과정에서 사령탑이 세 차례나 바뀌면서 예선을 허겁지겁 치러냈다.

다른 국가들이 예선을 본선을 위한 준비 과정으로 착실히 활용하면서도 승점을 챙긴 것과 비교하면 큰 손실이었다.

축구 팬들 사이에서는 그런 과오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슈틸리케호는 월드컵 예선을 앞두고 3월 A매치 기간에 라인업과 전술을 일단 재정비할 수 있다.

오는 8월 중국에서 열리는 동아시안컵 대회에서는 국내파와 신예들의 기량을 집중적으로 살필 기회를 얻는다.

슈틸리케호가 아시안컵에서 얻은 자신감을 토대로 강호로서 세계 수준에 계속 접근해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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