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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가는 정책 헛발질에 물건너가는 복지재원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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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가는 정책 헛발질에 물건너가는 복지재원 확보

입력
2015.01.3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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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건보료 기준 상반기 조정… 저소득층 600만 세대 혜택 불구

연간 2조원 정도 건보수입 감소 추정 "증세 없는 복지 프레임 깨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21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브리핑룸에서 2015년 보건복지부 업무보고 사전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21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브리핑룸에서 2015년 보건복지부 업무보고 사전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연말정산 세금 폭탄 반발에 따라 새 기준을 소급적용해 환급해주기로 한 데 이어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백지화와 관련해서도 저소득 지역가입자의 건보료를 덜어주기로 하면서 오히려 세수 부담이 커지는 결과만 낳고 있다. 연말정산 환급분은 3,000억원, 건보수입 감소분은 2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정부 정책이 엎치락 뒤치락하며 국민 혼선과 형평성 논란을 일으키는 것은 물론, 복지 확대를 실현할 재원 마련마저 실패하고 있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30일 저소득 지역가입자에게 건강보험료를 매기는 기준을 올해 상반기 중으로 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과기준인) 성·연령이나 재산과 자동차에 매기는 점수를 조정하거나 재산?자동차에 대한 공제제도를 도입해 저소득층의 생계형 자동차나 전·월세로 인한 보험료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료 부담이 줄어들 대상은 지역가입자 758만9,000세대 중 연소득 500만원 이하의 저소득층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해당하는 것은 599만6,000세대로, 부과체계 개편안을 토대로 하면 연간 2조원 정도의 건보료 수입이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애초에 정부가 추진한 건강보험 개편안은 지역가입자들의 부담을 낮추는 대신 근로소득 외 금융 임대 연금소득 등 종합과세소득이 있는 고소득 직장가입자와 피부양자로부터 보험료를 더 걷겠다는 것이었다. 복지부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기획단이 내놓은 7개 안 중 유력하게 검토된, 2,000만원 이상의 종합소득이 있는 근로소득자에게 추가 보험료를 걷는 안을 채택할 경우 지역가입자 602만가구로부터 건보료를 2조61억원 덜 걷게 된다. 대신 직장가입자 45만가구로부터 7,000억원 정도를 더 걷을 수 있어 재정수지는 1조3,000억원 적자로 예상됐다.

하지만 당장 개편은 하지 않고 저소득 지역가입자에 대한 지원대책만 적용하는 셈이어서 건보료 수입 2조원만 줄어들 상황이다. 복지부는 현재 누적흑자가 10조원이 넘는 건보재정으로 당장 수입감소분을 감당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고령화로 인해 노인층에 대한 건보료 지출이 날로 커지는 상황에서 부과체계를 개편하지 않으면 곧 재정적자로 이어지거나 적자를 막기 위해 건보료율을 인상하는 수밖에 없다.

연말정산 파동을 무마하기 위해 더 걷은 세금 중 되돌려 줄 액수도 3,0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지난 21일 당정이 합의한 보완책은 ▦자녀 세액공제 상향 ▦자녀 출생ㆍ입양에 대한 세액공제 신설 ▦표준 세액공제 상향 ▦연금보험료 세액공제 확대 등이다. 이를 올 연말정산까지 소급 적용키로 함에 따라 2013년 세법개정에 따른 추가 세수(9,300억원) 중 3,000억원 이상이 증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표준세액공제(현재 12만원)까지 늘어나는 점을 감안하면 환급 규모는 더 불어날 전망이다.

사실상 건보료 부과체계를 소득 중심으로 개편하고, 연말정산 방식을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꾼 것은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간 형평성을 높이는 것이었다. 조세 부과의 형평성을 높이면서 세수도 확보할 수 있어 박근혜 정부의 복지확대 정책을 뒷받침할 수 있는 방안이었다. 하지만 ‘증세 없는 복지’ 프레임에 갇혀 그나마 세수를 확보할 수 있는 대책조차 번번이 좌초하고 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저소득 부담을 줄이고 고소득자 부담을 올리는 연말정산, 건보료 개편안의 방향은 옳다”며 “늘어나는 재정적자 규모를 볼 때 증세가 불가피한 점을 정부가 인정하고, 필요한 재원 규모와 조달 방식에 관한 국민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찬진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은 “늘어나는 복지예산을 감당하며 낼 수 있는 사람들에게 더 걷어야 하지만, 이렇게 되면 정부가 싫어하는 ‘보편적 증세’가 되는 모순에 봉착한다”며 “증세 없는 복지 딜레마를 깨지 않으면 개혁은 방향성을 잃고 흐지부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양진하기자 real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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