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처럼 대통령 비서실장을 둔 국가는 미국과 프랑스가 대표적이다. 대통령제 역사가 가장 오래된 미국에서 백악관 비서실장(Chief of Staff)의 역할은 대통령 통치스타일에 따라 극명하게 갈린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존 F 케네디, 제럴드 포드는 본인이 백악관을 직접 통제하기를 원한 권한 집중형 대통령이었다. 비서실장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케네디의 경우 보좌관들의 경쟁을 유도하며 자신이 비서실장역을 도맡았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리처드 닉슨, 로널드 레이건, 조지 부시는 비서실장에 권한을 위임하고 신뢰한 권한 위임형 대통령으로 분류된다. 집권 7년째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전문성을 갖춘 참모 목소리를 경청하는 유형이다. 보좌진과 자유로운 수평 대화를 선호한 빌 클린턴의 방식과 유사하다. 이 경우 비서실장은 대통령의 의사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위기상황에서는 대통령의 방패막이가 되기도 한다. 실제로 데니스 맥도너 비서실장은 최근 오바마가 프랑스 테러를 규탄하는 34개국 정상모임에 불참해 여론의 질타를 받을 때 ‘내 탓’이라며 주군을 방어했다.
대통령 통치 스타일에 관계없이 백악관 비서실장의 고유 기능은 대통령에게 직언을 하는 자리란 것이다. 레이건과 부시의 비서실장을 지낸 제임스 베이커는 “(두 번이나 하다니)내가 어리석었다”라는 말로 ‘악역’의 고단함을 표현했다. 포드의 비서실장 출신인 도널드 럼즈펠드 전 국방장관은 비서실장의 역할을 ‘럼즈펠드 규칙’으로 요약하기도 했다. 비서실장 역할에 대한 럼스펠드의 규칙은 “대통령에게 ‘욕을 퍼붓는다’고 생각할 정도로 거리낌없이 말할 수 없거나 그럴 용기가 없다면 남아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비서실장의 충언이 대통령의 결심을 바꾼 사례로, 가까이 2013년 9월 오바마의 시리아 공습 포기를 들 수 있다. 당시 오바마는 화학무기를 사용해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은 시리아에 대해 공습을 다짐했는데, 갑자기 의회의 사전동의를 구하겠다며 입장을 바꿔 참모진마저 깜짝 놀라게 했다. 오바마의 공습포기는 맥도너와 백악관을 45분간 산책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시리아 공습이 정치적 악수가 될 수 있다는 맥도너의 직언을 오바마가 수용한 것이다.
이원집정부제인 프랑스에서 비서실장의 역할은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제한돼 있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국정총괄처에서 제2수상으로 불리는 국정총괄처장이 대통령에게 현안보고를 하고, 의회관계도 조율하기 때문이다. 비서실장은 대통령 일정관리나 연설문 초안작성 같은 행정 업무에 집중되어 있다.
정준호기자 junho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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