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소니범 "만취 운전해 몰랐다" 車 직접 수리 등 진술 신빙성 의심
‘크림빵 아빠’뺑소니 사건을 수사중인 청주 흥덕경찰서는 30일 자수한 피의자 허모(37)씨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도주 차량)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허씨는 지난 10일 오전 1시 29분쯤 충북 청주시 흥덕구 사운로에서 길을 건너던 강모(29)씨를 자신의 윈스톰 차량으로 치어 숨지게 한 뒤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허씨는 경찰에서 “당시 소주 4병 가량을 마셔 만취상태였다. 동물이나 물건을 친 줄 알았고 사고 발생 4일 후 인터넷을 통해 사고 내용을 알았다”고 진술했다. 자수한 과정에 대해 허씨는 “심리적 압박감과 죄책감에 시달리다 아내의 설득으로 자수를 결심하게 됐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경찰은 허씨가 사고 직후 평소 다니지 않는 샛길을 이용해 달아난 점 등을 들어 허씨의 진술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 사고 당시 허씨가 인명 사고를 감지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허씨가 범행 은폐를 시도한 사실도 드러났다. 허씨는 사고 발생 11일 만인 21일 사고 차량을 충북 음성에 있는 부모 집으로 옮겼다. 이어 3일 뒤인 24일 충남 천안의 지엠대우 대리점에서 부품을 구입해 차를 직접 수리한 뒤 차량을 부모 집에 보관해왔다. 용의 차량을 윈스톰으로 특정한 경찰이 29일 신용카드로 부품을 구입한 사실을 확인했고, 허씨도 이날 신용카드사의 통보로 경찰의 추적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런 점으로 미뤄 경찰은 허씨가 범행을 은폐하려다가 용의 차량이 특정되는 등 수사망이 좁혀오자 심리적 압박을 느껴 뒤늦게 자수를 결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허씨는 29일 오후 11시 8분쯤 아내와 함께 흥덕서로 자진 출석해 범행을 시인했다.
한편 박세호 흥덕서장은 사고발생 2주가 넘도록 승용차를 용의 차량으로 지목하는 등 초동수사가 부실했다는 지적에 대해 “저희의 불찰이었다”고 고개를 숙였다.
청주=한덕동기자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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