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안 오르면 주택보증이 떠안아, 공기업 부실에 가계부채 악화 우려도
정부가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내 집 마련을 원하는 누구에게나 연 1%대 초저금리로 돈을 빌려 주겠다며 도입하기로 한 ‘수익공유형 민간 모기지’ 상품을 두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집값 하락 시 은행이 입을 손실의 일부를 정책기관이 보전하도록 하면서 자칫 공기업의 재정손실은 물론 장기적으로 가계부채 악화를 부채질 할 것이란 우려가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민간 모기지의 기본 구조는 일단 은행이 손실을 떠안고 저리로 대출을 해주되 향후 집값 상승에 따른 이득을 은행과 집주인이 나눠 갖는 것이다. 만약 집값이 오르지 않거나 떨어질 경우 은행의 손실을 공기업인 대한주택보증이 보전한다.
가장 큰 논란거리는 정책금융의 출혈이 생각보다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대출금리가 코픽스금리에서 1%포인트를 제하는 식으로 결정되는데, 만일 이달부터 당장 은행들이 대출에 나선다고 하면 금리는 연 1.16%(현 코픽스금리 2.16%-1.0%) 수준이 된다. 시중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현재 3% 안팎이므로 은행들은 대략 2%포인트의 손해를 안고 출발하는 셈이다. 다시 말해 대출 후 매년 집값이 적어도 2% 이상씩 올라야 대한주택보증이 손해를 물지 않는 것이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30일 “저성장 구조에 접어들어 앞으로 집값이 크게 오르지 않을 뿐 아니라 집값이 현 수준을 유지하더라도 나랏돈이 투입되어야 하는 만큼 문제가 우려된다”며 “대출 7년 이후부터는 일반 주택담보대출금리로 바뀌기 때문에 보증기간 등에 따라 손실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까지 나서서 “집값이 내려갈 때 은행 손실을 보장하기 위해 공적기관이 보증을 서는 것인데 나라살림에 부작용이 없는지 검토하라”고 지적했을 정도다.
더구나 그렇잖아도 심상찮은 가계부채 문제에 기름을 부을 것이란 우려도 만만찮다. 주택구입 7년 후 집주인과 은행 간 수익배분 정산이 이뤄지는데, 집주인은 집을 바로 팔지 않을 경우 은행이 가져갈 만큼의 이익을 대출금으로 전환해야 한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집 주인 입장에선 갈수록 금리부담이 늘어나게 되는 것”이라며 “집값이 떨어질 경우 역시 자산가치 하락으로 하우스푸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부부합산 연 소득 6,000만원 이하 등 기존 공유형 정책 모기지와 같은 엄격한 대출조건이 적용되지 않고, 총부채상환비율(DTI) 제한도 60%로 디딤돌대출 보다 문턱이 낮아 하우스푸어 양산을 조장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일정부분 제도보완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정책금융의 보증기간을 최소화하고 지원 조건 역시 세분화해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며 “상품의 경우 고정금리를 적용하는 등 가계 부채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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