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음악 맥락 소개하는 음감회
중간에 설명 넣은 친절한 음반
복잡하고 어려워진 판매 경로
음악이 음악만으로 소비되지 않아
최근 에디 킴의 음악감상회(음감회)에 다녀왔다. 작은 극장에서 진행된 이 행사에 대략 30명이 모였다. 오랜 팬을 비롯해 음악기자, 평론가 등이 초대를 받았다. 트랙별로 곡을 듣고 에디 킴이 해당 곡에 대해 설명했다. 주최 측이 마련한 간단한 설문지를 작성하는 게 초대받은 사람이 할 일이었다.
이 행사에 참석하니 몇 가지 단상이 떠올랐다. 먼저 이런 음감회가 2년 전쯤부터 열리고 있다는 점이다. 당시 조용필의 새 앨범을 미리 듣는 자리가 있으니 오겠느냐는 이메일을 받았다. 다수의 음악 관계자가 같은 내용의 이메일을 받았다. 이후 여러 가수가 이런 행사를 했던 것 같다. 2012년 말 시작한 음감회는 2014년에 정점에 달했다. 네이버뮤직에 ‘음감회’란 코너가 생겼고 이적, 넬, 이승환, 이소라 등의 음감회가 이어졌다. 음악가들은 이 자리에서 음악을 틀고 그 음악을 설명하며 맥락을 소개한다. “음악가는 음악으로만 말한다”는 것이 그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음감회는, 음악을 제대로 말할 기회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와 연관한 두 번째 단상은 2012년 최고의 판매고를 기록한 테일러 스위프트의 ‘1989’ 앨범이다. 이 앨범은 미국 팝가수 테일러 스위프트가 스포티파이 및 온라인 음원 서비스(다운로드와 스트리밍 모두)를 거부하면서 상당한 화제가 됐다. 앨범 발매 후 3개월 동안 판매한 앨범은 300만장으로 1년 내내 1위 자리를 지킨 ‘겨울왕국’ OST를 눌렀다. 그런데 이 앨범 중간에서 테일러 스위프트의 음성 메모를 들을 수 있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목소리로 원곡에 앞서 데모버전과 그 곡에 대한 음성 메모를 짤막하게 들려주는 것이다. 친절한 구성인데다 친근한 분위기를 만든다. 음반이 끝났다는 시대에 음반을 구입할 동기가 생기게 하고 한국과 일본 아이돌의 음반에 들어가는 팬서비스를 떠올리게 한다. 음악을 판매하기 위한 음악적 접근이라는 생각도 든다.
소수의 관계자를 초청하는 음감회와 음악을 설명하는 친절한 음반. 이 두 사례는 모두 음악 시장의 분화와 관계된다. 음악시장의 곤란함이 아니라 분화다. 디지털 시대는 음악을 데이터베이스화한다. 음악 곁의 이것저것을 콘텐츠로 만든다. 이로 인해 우리가 접근할 수 있는 음악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이런 상황이 만든 가장 큰 변화는 신곡이 신곡과 경쟁하던 구도가 일부 무너졌다는 점이다. 최근 ‘토토가’의 여파로 음원 차트 1위를 차지한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이 보여주듯, 신곡은 모든 기존 곡과 경쟁해야 한다. 뮤직비디오와 같은 음악 영상과 그것이 SNS를 경유하며 만드는 ‘바이럴’이 기존 마케팅의 자리를 대체하는 현상도 가세한다. 음악을 만드는 환경과 음악을 소비하는 방식이 그 어느 때보다 좋아지고 편리해졌지만 음악을 판매하는 경로는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하고 어려워졌다. 음악을 음악으로 소비할 수 없는 시대, 혹은 음악이 음악으로 소비되지 않는 시대에 음감회가 늘어나는 것과 음반에 주목하는 것은 목적이 같다. 이 음악을 어떻게 경쟁자들과 차별화하고 온라인의 버즈(buzz)를 일으키며 소비자를 움직일 것인가. 만드는 쪽이나 파는 쪽이나 여러모로 피곤해진 시대다. 듣는 쪽은 혜택이 늘어났다고 할 수 있지만 좀 더 생각할 부분이 있다. 나로서는 음악가가 마케터가 되는 시대가 과연 어떤 시대인가 반문하게 된다.
대중음악평론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