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수니파 과격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에 인질로 붙잡힌 일본인 저널리스트 고토 겐지와 요르단 공군 조종사 마즈 알카사스베 중위의 석방 협상 시한이 지나 두 사람의 신변에 대한 우려가 증폭하고 있다.
무함마드 알모마니 요르단 공보장관은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고토와 알카사스베의 석방을 위해 IS와의 협상을 타진 중”이라며 “알카사스베의 생존 증거가 없으면 (요르단 여자 사형수) 사다위 알리샤위를 풀어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와 관련 IS로부터 아직 아무런 답신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알모마니 장관은 고토의 생사여부에 대해서도 계속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모든 협상은 일본 정부와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진행 되고 있다”며 “일본인 인질의 안전 보장을 위해 요르단 정부는 노력 중”이라고도 말했다. IS의 제시 시한에 임박해 이뤄진 요르단 정부의 이날 발표는 IS와의 접촉과 협상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점을 시사해 인질들의 신변이 위태로운 상황에 처한 것으로 여겨진다. 앞서 IS로 보이는 세력이 알리샤위를 29일 일몰 때까지 터키 국경으로 데려올 것을 요구하는 메시지를 공개했다고 NHK 등 일본 언론이 29일 보도했다.
IS 추정 세력이 이날 인터넷에 공개한 30초 분량의 메시지는 영어 음성과 아랍어 문자로 이뤄져 있다. 메시지는 “나는 고토 겐지다. 이 것은 (IS가) 보내도록 지시 받은 음성 메시지다”라며 “29일 일몰 때까지 터키의 국경에서 사형수 사지다 알리샤위와 나(고토)의 목숨을 교환할 준비가 돼있지 않으면 요르단 군 조종사 마즈 알카사스베 중위는 즉시 살해될 것”이라고 전하고 있다.
요르단 정부는 28일 IS측과의 인질 협상 조건으로 알리샤위와 알카사스베의 맞교환을 요구, 고토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반면 IS는 교환조건으로 고토와 알리샤위를 재차 언급, 알카사스베의 석방을 전제로 한 요르단측 제의를 사실상 거절했다. IS가 일본인 인질 사건이 발생한 후 메시지를 보낸 것은 이번이 4번째이며 인질 협상과 관련, 정확한 시간과 장소를 특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사히신문은 미국인 인질에 대해서는 강경 자세를 보여왔던 이전의 영상과는 달리 IS가 일본인 인질 영상을 적극으로 활용하려는 이유를 동료의 석방과 몸값 등에서 이익을 취하려는 의도로 분석했다.
IS는 지난 해 여름 이후 기자와 인도주의 관계자 등 수명의 영미 인질의 영상을 공개했으며 대부분 미국이 주도하는 ‘대이슬람국가’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간주했다. 실제로 지난 해 8월19일 공개한 미국인 영상은 미국이 IS에 대한 공습을 시작한 직후였고, 이후 인질을 무자비하게 살해했다.
IS가 일본, 요르단 정부 및 여론의 반응에 맞춰 대응책을 바꾼다는 분석도 있다. 이타바시 이사오 일본공공정책조사회 제1연구실장은 “IS는 일본의 보도 등을 지켜보며 극도로 전략적인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며 “최초 메시지에서 아베 총리가 중동지역에 지원을 약속한 2억 달러를 몸값으로 요구한 것은 돈이 목적이라기 보다 선전 효과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이번 협상이 일본에 독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호사카 슈지 일본에너지경제연구소 연구이사는 “시라아, 이라크뿐 아니라 이집트, 리비아 등에도 IS와 협력하는 조직에 의한 테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향후 일본의 대 중동 투자가 크게 위축될 우려가 있다”며 “이슬람 법학자, 현지 부족 등 다양한 접점을 유지하는 것이 같은 종류의 사건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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