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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밥장사 30년, 글로벌 항공사 비빔밥 만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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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밥장사 30년, 글로벌 항공사 비빔밥 만들죠

입력
2015.01.2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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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트로이트-인천 노선에 납품… 항공사가 입소문 듣고 먼저 찾아

"매일 조리… 간섭 금지 조건 걸었죠"

미국 디트로이트의 한식당 ‘WF bibimbab’의 박재홍(오른쪽) 사장이 13일(현지시간) 델타항공 차량에 기내식을 옮겨 싣고 있다.
미국 디트로이트의 한식당 ‘WF bibimbab’의 박재홍(오른쪽) 사장이 13일(현지시간) 델타항공 차량에 기내식을 옮겨 싣고 있다.

해외여행이나 출장을 마친 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맛보는 한식은 감미롭다. 하지만 국적기가 취항하지 않는 미국 디트로이트-인천 노선 등은 예외다. 해외출장이 잦은 한 대기업 직원 A씨도 마찬가지였다. 이달 초에도 A씨는 큰 기대 없이 디트로이트공항에서 미국 델타항공에 탑승했지만 기내식으로 나온 한국식 비빔밥을 먹고 깜짝 놀랐다. 그는 “전에는 컵라면을 먹거나 그냥 잤는데 비빔밥을 너무 맛있게 먹었다”고 말했다.

델타항공이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디트로이트-인천 노선에서 내놓는 비빔밥은 대형유통업체가 찍어내듯 만든 한식이 아니다. 미국에서 30년 넘게 한식당을 운영하며 한식을 전파한 박재홍(55)씨가 매일 오전 만들어 제공하는 정통 비빔밥이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찾아간 미국 미시건주 디트로이트 외곽의 한식당 ‘WF(World Famous) bibimbab’에서 박씨는 델타항공 카트에 조금 전 만든 기내식을 옮겨 싣고 있었다. 영업은 점심 무렵 시작하지만 인천행 비행기가 뜨는 날이라 새벽부터 나와 기내식을 준비한 것이다. 박씨는 “한번에 보내는 비빔밥과 아침(죽과 갈비찜) 세트가 180개 정도 된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항공사인 델타항공이 박씨를 처음 찾은 것은 지난해 8월. 한국인 승객이 많은 노선이라 기존에도 한식 기내식이 있었지만 델타항공은 보다 품질 높은 한식이 필요했다. 한국인 승무원들은 박씨의 식당을 첫손에 꼽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기내식은 처음 해보지만 제대로 된 비빔밥을 넣고 싶어 신선도를 위해 출발 당일 받아가고, 음식에 대해서는 간섭하지 말고, 최종 목적은 승객 만족이란 세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비빔밥 공급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박씨는 재가열해 먹을 때 가장 맛있는 비빔밥을 만들기 위해 연구와 테스트를 거듭했고, 승무원 대상 설명회도 열었다. 델타항공 측은 식당 이름을 그대로 가져와 ‘세계적으로 유명한 비빔밥’이란 문구를 넣은 기내식 메뉴판을 만들었다. 박씨의 비빔밥을 내놓고 약 두 달간 지켜본 델타항공 측은 “정통 한식에 승객들의 반응이 상당히 좋다”고 밝혔다.

박씨 식당은 외국인들이 줄을 서서 비빔밥을 먹을 정도로 이미 맛집으로 정평이 났다. 최고의 재료로 정통 한식만을 추구하는 고집도 유명하다. 한식당 근처에 운영하는 일식당도 음식은 다르지만 유명하기는 마찬가지다. 20년째 그의 식당을 쫓아 다니는 미국인 고객들도 다수다. 건축을 공부하러 유학 온 20대 청년이 낯선 타국에서 30년 넘게 한식당을 운영하며 이룬 성과다.

박씨는 “미국에서 한식이 인정받는 것은 한국의 위상이 높아진 덕분”이라며 “우리 국력이 커진 만큼 앞장서 제대로 된 한식을 더 많이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디트로이트=글ㆍ사진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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