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타임스 기사와 미 연방의회 의사록을 통해 확인한 결과 사회과학 분야 중 경제학이 현실에 끼치는 영향력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0년 전 경제학 분야는 거의 존재하지도 않았지만 지금은 사회과학 분야의 여왕으로 등극한 셈이다.
29일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에 따르면 자사의 저스틴 올퍼스 기자는 트위터 팔로우의 제안으로 뉴욕타임스 신문 저장고를 뒤져 이 같은 결론을 얻었다. 학문 분야의 영향력을 신문에서 언급된 수로 평가한다는 것은 미국 전역 연구기관의 연구자들로부터 까칠한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지만 결과는 매혹적이었다.
뉴욕타임스 신문 보관소의 신문을 연대기적으로 이용해 조사한 결과 최근 몇 년 동안 기사 100개 중 한 개에 경제학자라는 용어가 사용됐다. 이보다 훨씬 더 적게 언급된 건 역사학자, 심리학자였다. 반면 사회학자, 인류학자, 인구통계학자는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항상 그랬던 건 아니다. 역사학자들은 대공황이 들이닥친 1930년대 공포에 떨고 있는 대중들이 경제학에 관심을 더 가지도록 유도하며 가장 많은 점유율을 차지했다. 밥 딜런 노래 중에 ‘실패와 같은 성공은 없다’는 곡이 있는데 마찬가지로 대공황이 경제학의 부흥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대공황과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70년대 후반과 80년대 더블딥 경기침체, 90년대 경기 하강 등 매번 경제적 재난들은 경제학을 띄우는 데 기여했다. 클린턴 대통령 시절 실업률을 3.8%까지 떨어트린 장기 경기 호황은 모든 미국인들에게 좋은 소식이었다. 그러나 자신들의 명성이 떨어지는 경제학자들에게는 우울한 소식이었다. 다행히 7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가 그 현상을 정지시켰다.
오늘날 정부기관이나 싱크탱크, 큰 기업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경제학자들의 역할이 언제 어디서나 필요하다. 심지어 당신의 ‘전용 경제학자’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우스운 사람 취급을 당할 수도 있다.
그러나 경제학자만이 인기를 누렸던 건 아니다. 과거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뉴욕타임스지면을 보면 사회과학이 매력이 상승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역사학자와 심리학자, 다소 덜하지만 사회학자들의 언급이 증가했다. 사회과학의 역할이 중요해지자 다른 분야의 학문들은 점유율이 급감했다. 성직자들은 뉴욕타임스 지면에서 저명한 사회과학자들보다 더 논쟁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경제학자나 역사학자보다 훨씬 덜 중요하고 대략 심리학자 빈도로 다뤄진다.
이러한 순위는 한 신문사 편집방향의 기호를 뛰어 넘는 함의를 갖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뉴욕타임스에 나타난 사회과학 분야의 서열은 미 의회 연방의회의사록에서도 확인된다. 과거 25년 이상 연방의회 기록에 대한 비슷한 방식의 연구조사에서도 경제학자가 가장 많이 언급됐다. 다음으로 역사학자와 심리학자가 뒤따른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사회학의 역할이 매우 빈약하다는 것이다. 비록 사회학이 가족, 범죄, 교육, 종교, 공동체, 불평등, 가난 등 사회를 짓누르는 많은 문제들에 천착하지만 정책 결정자들에게 끼치는 영향력은 최소로 적다는 것이다. 사회학이 구조적인 해결책을 제공할 수 있는 상대적인 장점을 지니고 있음에도 사회학자들은 사회학의 지면이 비즈니스 지면과 동일하지 않고 대통령은 사회 관련 자문위원회에서 조언을 듣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범죄와 가족, 신뢰와 같은 주제가 신문사에 훌륭한 돈벌이감이지만 월스트리트에서도 사회학적 직관에 대한 수요는 거의 없다.
하버드대학 사회학자인 올란도 패터슨은 흑인 청소년들의 비참함을 해결하기 위해 흑인 청소년의 잠재력 개발을 도와주는 ‘내 동생의 보호자’ 정책에 사회학자가 논의 주체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었다.
경제학자들은 자신들의 상대적인 인기를 유지하기 위해 수요와 공급의 힘에 적절히 기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단순히 공급 때문만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 센서스기관에 따르면 미국에서 약 150만명이 경제학 전공이다. 이는 340만명인 심리학 전공자, 160만명인 역사학 전공자보다는 적지만 130만명인 사회학 전공자보다는 더 많다. 경제학자들의 성공이 수요 대비 적은 공급 때문이 아니라면 결론은 사상의 자유시장에서 경제학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이 반영된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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