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1부리그 대학팀 공격수 출신
국가대표 선수들과 구슬땀 1년여… 특별귀화 승인되면 태극마크
“No Regret(후회하지 않는다).”
여자 아이스하키 태극마크 꿈을 안고 조국을 찾은 캐나다 동포 박은정(26ㆍ캐롤라인 박). 대한아이스하키협회(회장 정몽원)의 초청을 받아 2013년 7월27일 홀로 한국 땅을 밟았다. 당시 협회는 2018 평창 올림픽을 목표로 전력 강화를 위해 해외로 눈을 돌렸다.
어느덧 1년 이상의 시간이 흘러 박은정은 오랜 꿈을 이룰 기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 협회가 내달 신청할 예정인 우수인재특별귀화 신청이 대한체육회의 승인을 받으면 친선전이 아닌 공식 국제대회에 국가대표로 출전할 수 있다. 여자 아이스하키는 3월 영국 덤프리스에서 열리는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선수권 디비전2 그룹A 대회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는 3위를 차지했다.
박은정은 28일 서울 강남역 인근 한 카페에서 진행된 본보와 단독 인터뷰에서 “2003년 캐나다에서 방송 뉴스를 보고 있는데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소식이 나오는 것을 보고 아버지가 ‘한국 대표팀에서 뛰는 모습을 보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며 “태극마크는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일인데 마침 협회와 인연이 닿아 10분 만에 한국행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캐나다 브램튼에서 태어난 박은정은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8세 때 한 살 터울의 오빠가 아이스하키를 하는 것을 보고 처음 스틱을 잡았다. 그는 “아이스하키 특유의 거친 플레이에 빠졌다. 스피드도 즐길 수 있어 좋았다”고 설명했다. 또 매력적인 외모로 캐나다 방송 시트콤에 아역 배우로 캐스팅되기도 했다.
박은정은 주니어 시절 빼어난 기량을 선보여 미국 명문대 4개교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 동양인에 대한 편견으로 힘든 시기를 겪기도 했지만 그는 “오히려 자극을 받고 더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고 돌이켜봤다.
박은정은 2007년 전액 아이스하키 장학금을 받고 프린스턴대에 입학했다.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1부 리그 팀의 입학 소식은 캐나다 한인 방송에 소개될 정도로 큰 화제였다. 대학 4년 내내 학업을 병행하면서도 주축 공격수로 활약했다. 박은정은 “시험 기간에는 3~4시간 밖에 못 자고 평소에는 조금 더 잔다. 잠을 못 자면 아이스하키를 못한다. 기상 시간은 새벽 5~6시였다”고 말했다.
미국 콜롬비아대 의학대학원 입학을 준비 중인 박은정은 미국의 한 병원에서 연구원으로 일을 하면서 14세 이하 센트럴파크 레이디 호크스 팀의 감독을 맡았다. 평소에는 남자들과 함께 뛰는 시니어 클럽 팀에서 아이스하키를 했다. 얼마든지 미국에서 안착할 수 있었지만 태극마크를 달고 평창 올림픽에 나가고 싶다는 이유 하나로 인생에 큰 결단을 내렸다.
박은정은 “병원에 사표를 내고 뉴욕 맨해튼의 아파트도 정리하고 왔다. 한국에 친척은 숙모 한 분이 계신다. 하지만 국가대표가 되고 올림픽에 출전하려면 한국에 정착해야 한다. 도전 자체를 안 하면 꿈을 이룰 수 없다. 인생 신조 ‘No Regret’처럼 내가 선택한 길인 만큼 후회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은정은 현재 강남역 인근 레지던스 호텔에 머물면서 오후에는 태릉으로 건너가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다만 지난해 9월 습관성 어깨 탈구로 수술을 받아 완벽한 몸 상태는 아니다. 그래서 슈팅 훈련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박은정은 “아직 어깨에 힘이 안 붙었다. 3월쯤에는 100% 회복 될 것”이라고 했다.
대표팀 동료들은 박은정을 ‘롤롤’이라고 부른다. 처음엔 캐롤라인을 줄여 ‘캐롤’이라고 했지만 보다 더 귀여운 닉네임을 지었다. 박은정도 싫지 않은 듯 미소를 지었다. 그는 “3월 대회에 나라를 대표하는 공식 유니폼을 입고 나간다면 자긍심이 느껴질 것”이라며 “아버지도 직접 영국에 대회를 보러 오신다고 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또한 한국 여자아이스하키의 발전을 위한 방안으로 “우리 선수들은 스케이트를 잘 탄다. 앞으로 기술을 더 연마하고 대표팀 프로그램이 좋아진다면 좋은 팀으로 성장할 수 있다. 특히 실전 감각이 가장 중요하다. 연습과 실전은 다르다. 무조건 경기를 많이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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