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사부대중 167인 모여
종단 혁신 첫 대중공사 열어
자승 스님 "찾아온 불자에 친절을"
위원 구성 다양화 요구 목소리도
‘최근 10년 간 사찰은 14% 증가한 반면, 승려 증가세는 5%. 사찰 당 승려 수는 2002년 평균 5.4명에서 지금은 4.9명. 그 중 절반이 스님 1명인 독살이 사찰.’
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의 발표에 스님과 신자들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여기저기서 한숨도 나왔다. 28일 오후 총무원 산하 연수시설인 충남 공주시 한국문화연수원에서다. 이날 조계종은 쇄신의 설계도를 그리는 연중 대토론회로 ‘종단 혁신과 백년 대계를 위한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대중공사)의 닻을 올렸다.
대중공사는 ‘사찰 운영이나 승려의 그릇된 행위에 대한 문책, 공지 등이 있을 때 모든 승려가 모여 의견을 주고받는 일’을 뜻한다. 한국불교 현대사 최초의 대규모 대중공사로, 남녀 승려인 비구ㆍ비구니 115명, 남녀 신자인 우바새ㆍ우바이 52명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총무원장 자승 스님도 위원의 한 사람으로 자리를 함께했다.
10개조로 나눠 진행된 모둠 토론에선 현대 불교가 처한 위기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성태용 건국대 교수(철학과)는 “불교 탄압이 심하던 조선 성종 때도 도첩(출가 승려에게 발행한 공인장)이 5만 개 이상 발행됐는데, 현재 조계종 스님 수는 1만 3,000명이 안 된다”며 승려 수 감소를 걱정했다. 성 교수는 “다른 종단까지 합해도 스님 수가 3만 명이 안될 것”이라며 “청정성을 확보하면서도 승려 수를 늘리는 방안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조계종이 머지않아 주저앉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경주 불국사 주지인 종우 스님은 “아무리 수가 적어도 참다운 스님을 배출해 모범이 되게 해야 한다”며 “행자(승려가 되기 위해 절집에서 도를 닦는 이) 수가 10명이 되더라도 함부로 승려를 양산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백승권 조계종 화쟁위원회 기획위원은 ‘찾아가는 출가 설명회’를 대안으로 내놨다. 백 위원은 “개강 철인 3월부터 각 대학을 방문해 젊은 인재를 구하기 위한 ‘출가 설명회’를 열자”며 “불교가 변화하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알릴 수 있는 방법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승 스님은 느슨해진 승풍(僧風)을 적나라하게 질타했다. 자승 스님은 “기독교는 민주화 시대의 어려운 과정을 함께 했지만, 지난 70년 간 불교는 사회에 기여한 바가 없다”며 “스님들이 자기와 절 밖에는 모른다”고 꼬집었다. 자승 스님은 이어 “육사생도는 조국과 민족을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는 충성이 있지만, 중은 정신이 없다”며 “이러니 세상이 중에게 상구보리(上求菩提ㆍ위로 깨달음을 구함)만 있지 하화중생(下化衆生ㆍ아래로 중생을 교화함)은 없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승 스님은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과제로 ‘찾아온 불자에게 친절하게 대하기’를 제안하기도 했다. 자승 스님은 “절집에 있는 사람들이 찾아가서 포교는 못할지언정 오려는 사람의 애절함에 공감하지 못하고 불친절하게 대하는 일이 많다”며 “마음만 먹으면 고칠 수 있는 일인데 이것마저 못하니 속에서 불이 난다”고 말했다.
한편 대중공사 위원이 종단의 기득권을 가진 이들로 구성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공주 마곡사 주지인 원경 스님은 “사회도 보수ㆍ중도ㆍ진보가 있는데 100인 대중공사 위원이 대부분 종단의 기득권층”이라며 “빠른 시일 내에 평대중이 많이 참여하도록 위원 구성을 조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사회적 역할 강화, 사찰 재정의 투명성 회복, 재가자의 사찰 운영 참여 등 사부대중 공동체 정신 정립, 포교 전략의 다변화도 각 모둠에서 공통적으로 나온 의견이다.
조계종은 연중 총 9차례 토론을 한 뒤 결과를 종단 운영에 반영할 예정이다. 자승 스님은 “자성과 쇄신은 하루 아침에 이뤄지는 게 아니”라며 “지금은 폼 잡는다거나‘쇼’한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그 결과는 10~20년 후에 반드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공주=글ㆍ사진 김지은기자 luna@hk.co.kr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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