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獨 부품 유해물질 DB 가입
"혼자선 검증 불가 정보공유가 이득"
협력업체도 데이터 무료 활용 혜택
LG화학, 화평법 시행 대비해 10여개 동종업체들과 협의체 구성
협력사ㆍ구매업체 상대 설명회도
현대자동차는 2004년 국제재질정보시스템(IMDS)에 가입했다. IMDS는 자동차 재료에 함유된 중금속 등 유해물질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부품 화학물질 데이터베이스(DB)로, 2000년 독일의 6개 자동차업체와 휴렛팩커드(HP)에 인수된 소프트웨어 기업 EDS가 공동으로 만들었다. DB를 통해 ‘원재료업체-부품제조업체-자동차제조사’ 간 부품 중량 및 화학물질 등의 정보 공유가 가능하다.
현대차가 가입비를 내면서 경쟁사들이 만든 시스템을 사용하는 이유는 한 가지다. 자동차에는 수만 개의 부품이 들어가고, 환경 관련 법규는 수시로 변하는데 각 부품들의 유해성을 혼자서 일일이 검증하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환경의 중요성이 커지며 환경규제의 강도 또한 날로 강해지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아무리 대기업이라도 개별적으로 각국 환경 규제의 벽을 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시장에서 경쟁하는 라이벌이라도 제조과정에서의 정보공유와 협력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 됐다.
6개에서 시작해 현재 세계 59개 자동차 브랜드가 참여하고 있는 IMDS는 ‘적과의 동침’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각 브랜드 협력업체들까지 포함하면 세계적으로 IMDS를 사용하는 자동차 관련 기업은 무려 10만개에 달한다. 국내 업체들도 현대차를 시작으로 한국지엠(GM) 르노삼성 쌍용자동차까지 모두 활용 중이다. ‘워낙 많은 부품 수와 협력업체를 혼자 힘으로 끌어갈 수 없다’는 공통적인 인식이 글로벌 협력의 바탕이 됐다.
현대차는 IMDS에 등록된 화학물질 정보를 활용해 국내 환경 법규는 물론 수출국 법규까지 꼼꼼히 확인하며 자동차를 생산한다. 차량의 구성 재질 및 중량을 분석해 재활용 가능률을 산출하는 자체 시스템(ProdTect)도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시스템 사용료를 현대차가 부담해 협력업체들도 1년에 3만~4만건씩 쌓이는 유용한 데이터들을 무료로 활용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올해부터 시행된 화학물질관리법에 대응하는 데도 IMDS가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LG화학도 올해 화학물질등록및평가등에관한법률(화평법) 시행에 대비하기 위해 경쟁사들과 한 배에 올랐다. 지난해 10월 시작된 염화수소 공동등록을 위한 시범사업 협의체에는 LG화학을 비롯해 국내 10개의 석유화학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화평법 규정에 따라 업체 간 협의를 거쳐 최종 등록까지 마치면 참여하지 않은 업체는 향후 화학물질 등록 시 협의체의 합의내용을 존중해야 하고, 등록서류 일체를 개별적으로 작성ㆍ제출해야 한다. LG화학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경쟁자들이지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환경규제는 공동협의체를 만들어 대응하는 게 보다 효율적”이라고 밝혔다.
화학물질 규제는 완제품 이전 단계부터 적용되는 만큼 LG화학은 협력업체들을 아우르기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해 3월 화평법과 관련해 협력업체 관계자들을 위한 설명회를 준비했고, 올해는 구매거래선을 대상으로 사용물질 확인 및 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LG화학은 중소 협력업체가 수출할 때 걸림돌이 되는 해외의 각종 규제에 대한 선대응에도 나섰다. 새로운 화학물질 관리제도(REACH)가 시행 중인 유럽연합(EU) 내 수출을 위해 수억원이 들어가는 아크릴산과 부틸아크릴레이트 제품 본등록을 완료한 것이다. LG화학이 생산한 아크릴산과 부틸아크릴레이트를 원료로 사용하는 모든 중소기업들은 REACH 규정에 따른 제약 없이 자유롭게 수출이 가능해졌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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