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수수 정옥근 전 해참총장 장남
윤연 전 해군작전사령관 체포
조사받던 소장 출신 방산업체 고문 한강 투신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고양지청장)은 200억원대 전투기 정비대금 사기를 공모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공군 예비역 중장인 천기광(68)씨에 대해 28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합수단은 또 정옥근(63) 전 해군 참모총장의 재임 시절 뇌물수수 혐의를 포착하고 자금 전달에 관여한 정 전 총장의 장남과 윤연(67) 전 해군작전사령관도 이날 체포했다. 합수단은 조만간 정 전 총장에 대한 소환 조사에도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합수단에 따르면 천씨는 2006년 전역한 뒤 항공기부품 수입ㆍ판매업체인 블루니어의 부회장으로 근무하면서 대표 박모(54ㆍ구속기소)씨와 짜고 공군 전투기 정비대금 240억여원을 가로챈 혐의다. 공군참모차장과 공군작전사령관, 공군교육사령관 등을 지낸 천씨는 전역 후 수입을 축소 신고해 군인연금 수천만원을 더 받아낸 혐의도 받고 있으며, 전날 체포돼 이날 영장이 청구됐다.
정 전 총장의 장남은 2008년 10월 해군이 개최한 ‘대한민국 해군 국제관함식’의 부대행사였던 요트대회의 광고비 명목으로 STX엔진으로부터 7억7,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는 정 전 총장이 해군 수장으로 취임한 지 7개월쯤 된 시점이었으며, 장남은 이 대회의 주관사인 요트앤컴퍼니의 대주주였다. 정 전 총장에 대한 ‘금품 로비’ 차원에서 STX 측이 아들 회사의 사업을 밀어줬다는 게 합수단의 판단이다. 실제로 같은 해 12월 STX엔진이 735억원짜리 해군 고속함 디젤엔진 등을 수주하는 등 STX그룹의 해군 관련 사업 수주가 잇따랐다
이 같은 로비가 벌어졌던 무렵 STX 주력 계열사의 임원이었던 윤 전 사령관은 뇌물공여 혐의로 체포됐다. 2005년 해군 중장으로 전역한 그는 2007년 3월부터 7년간 STX조선해양 사외이사를 지냈고, 현재 STX 상임고문으로 있다.
합수단은 최근 정 전 총장 자택과 STX엔진ㆍ조선해양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뒤, 강덕수(64ㆍ수감 중) 전 STX그룹 회장 등 전ㆍ현직 STX 고위 관계자들도 잇따라 소환 조사했다. 이제 ‘강덕수→윤연→정 전 총장 장남→정 전 총장’으로 이어지는 로비 구조에서 정 전 총장 조사만 남은 셈이다. 합수단 관계자는 “정 전 총장에 대한 소환 여부와 시점 등을 조만간 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합수단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았던 전직 해군 장성인 함모(61)씨가 이날 오전 8시 10분쯤 행주대교 부근에서 한강으로 투신했다. 해군 소장 출신으로 방위사업청 함정사업부장을 지낸 함씨는 현재 한 방위산업 관련 업체의 고문을 맡고 있다. 함씨가 남긴 유서에는 가족들을 향한 ‘사랑한다’ 등의 내용들만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합수단 관계자는 “함씨는 두 차례 참고인 조사를 받았고, 이날도 참고인으로 추가 조사를 받을 예정이었다”며 “조사와 관련해 이의제기나 불만 표시는 없었고 적법 절차대로 수사를 했는데 이런 일이 생겨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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