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곳곳 분쟁… 소송 싸움도
땅주인 "재산권 행사" 현수막까지
市는 "사유지라서…" 속수무책
수 십 년간 마을도로로 쓰이던 토지 소유주들이 보상을 요구하며 말뚝을 박는 등 통행을 제한해 이용 주민과 마찰을 빚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공익목적에 쓰여 사실상 재산권을 행사할 수 없는 데 따른 것으로 지방자치단체는 해법이 없다며 속출하는 갈등에 손을 놓고 있다.
28일 오전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덕이동 756-3 번지 일대. 4차로 장자길에서 폭 3~4m의 신덕로 2번 길을 타고 50m 가량 오르니 지름 10cm, 높이 50~60cm 크기의 쇠말뚝이 아스팔트 중앙에 흉물스럽게 박혀있다.
이 도로는 40여 년 전부터 마을 주민들이 이용해온 현황도로다. 현황도로란 실제 도로로 이용되고 있지만 지목이 도로가 아니거나 소유주가 개인인 것을 말한다.
A씨는 지난해 10월쯤부터 이렇게 도로에 말뚝을 박고 현수막을 내걸었다. 주변에 들어선 빌라형 아파트 시행자가 자신의 토지만 빼고 개발, 재산권에 피해를 보게 됐다는 게 이유다.
A씨의 집 아래서 가구공장을 하는 임모(47)씨는“고양예술고등학교 후문이나 파주 출판단지 방향으로 빠져나가려면 무려 2~3km를 돌아야 한다”며 “도대체 언제 갈등이 마무리 되는 거냐”고 역정을 냈다.
쏟아지는 민원에 고양시와 경찰은 수 차례 A씨를 찾아가 협의에 나섰지만, 별다른 방법을 찾지 못했다. 시내 모든 현황도로 가운데 A씨 토지만 사들일 수도 없고 시비로 임대료를 지급할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고민이다. 고양시 관계자는 “주변 농업기반공사 땅에 우회로를 내는 방안을 조율하고 있으나 쉽지 않다”며 “사유지라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고 토로했다.
덕이동 1101-2번지 일대에서는 현황도로 문제로 주민들간 소송전이 벌어졌다. 소유주 B씨가 재산권을 행사하겠다며 지름 9cm, 높이 30cm 가량의 쇠파이프 9개를 도로에 박고 통행을 막자 강모(64)씨 등이 ‘철거 및 통행방해금지가처분’ 신청을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에 낸 것이다.
법원은 지난해 11월 ‘주민들이 공로로 출입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의 통행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며 쇠파이프를 철거하라고 B씨에게 주문했다. B씨는 현재 쇠파이프는 뽑아냈으나 도로 포장 등 보수는 허락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덕양구 삼송동 52-57번지 일대에서는 토지주 C씨가 도로를 폐쇄하겠다고 엄포를 놓으면서 주민 30여 세대와 대립하고 있다. 애초 개발제한구역이던 이곳은 시가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도로로 쓰이던 C씨의 토지(잡종지)를 통행로로 지정하지 않자 C씨가 “더 이상 도로가 아니니 땅을 매입하라”고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 박준영 변호사는 “소유자의 권리도, 공로로 쓰인 그간의 사정도 모두 무시할 수는 없다”며 “적절한 보상이 뒤따르지 않는 한 토지주의 요구와 주민 간 갈등이 거세질 수 밖에 없어 하루빨리 적절한 합의기준을 고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ㆍ사진=유명식기자 gij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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