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
이주영은 靑·정부 입장에 기울어
박근혜 정부의 슬로건이 된 ‘증세없는 복지’ 프레임이 새누리당 내부에서부터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당내 핵심 인사들 사이에서 ‘증세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가운데 당 지도부까지 나서 ‘무상복지 대수술’을 주장하면서다. 특히 증세 및 복지 논란이 원내대표 경선전까지 번지면서 경선 결과에 따라서는 여권의 세금ㆍ복지 정책 방향이 큰 틀에서 선회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28일 세수 부족 및 재정 적자 우려와 함께 복지정책 전반에 대한 구조조정을 강력 주장했다. 심재철 의원은 0~2세 ‘젖먹이’까지 대거 보육 시설에 맡기는 현상을 지적하며 “증세없는 복지 구호에 갇혀 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무상 보육을 일부 구조조정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김태호 최고위원도 “표를 의식해 국가 재정을 고려하지 않은 포퓰리즘 정책이 미래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며 “우리 당이라도 여론 지지도를 따지지 말자”고 주장했다.
지도부의 복지정책 수정론은 ‘증세 없는 복지’를 대선 공약으로 내건 데 대한 자성론과 함께 당 전반으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김무성 대표도 이날 기자와 만나 “복지 개혁을 우선적으로 추진한 뒤 국민적 합의에 따른 증세 논의로 이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정부의 증세ㆍ복지 담론에 대한 새누리당의 제동은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 추세 및 국정 운영에서 당이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는 최근 당내 기류와도 무관치 않다.
원내대표 경선에 나선 유승민 의원은 ‘증세 없는 복지’를 보다 직설적으로 공격했다. 그는 기자와 통화에서 “향후 중부담ㆍ중복지로 갈 수밖에 없다면 여야가 지금부터 협의해서 갈 길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앞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야당은 복지 이야기만 하면서 세금 얘기는 안 하고 여당은 일부 복지를 이야기하면서 증세는 없다고 했는데 양쪽 다 국민을 우롱하고 속이는 처사”라며 “증세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주장했다.
반면 친박계 후보로 알려진 이주영 의원은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가운데 청와대와 정부 입장에 치우쳐 있다. 이 의원은 기자와 통화에서 “복지만 논하면 안되고 복지와 재정을 같이 논의하는 전략적 검토와 선택이 필요하다”고만 밝혔다. 하지만 이 의원의 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인 홍문종 의원은 “박근혜정부의 치어리더를 자임하겠다”며 “정부가 얘기하는 증세없는 복지를 실현하는데, 또 현재의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원내대표 후보의 증세ㆍ복지 논쟁은 두 후보의 각기 다른 당청 관계 설정과 맞물려 경선전의 최대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 의원은 당청 소통과 화합에 강조점을 두는 반면 유 의원은 당 중심의 국정운영을 주장하고 있어 원내대표 경선 결과는 복지정책을 포함한 국정운영 전반의 분수령이 될 수도 있다.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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