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 지역가입자 건보료 인하도 요원해져
정부가 28일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를 소득 중심으로 개편하려던 논의를 중단키로 결정한 것은 개편후 건보료가 오를 '고소득 직장인' 등의 반발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안을 만들지 않기로 한 방침을 발표하면서 그 이유로 몇가지를 들었다.
그동안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 기획단에서 논의한 자료가 오래된 자료(2011년)여서 추가 시뮬레이션이 필요하고, 건보료 인상으로 불만을 갖게 될 국민을 납득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할 시간과 논리가 필요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최신 자료로 논의하지 못했다는 점은 기획단 논의 과정 내내 알고 있던 과정임을 감안하면 개편 이후 건보료가 오를 일부 가입자의 불만이 상당할 것이라는 점이 연기의 결정적인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최근까지 기획단에서 논의된 건보료 개편 방향대로 부과체계가 바뀌면 보수 외에 2천만원 이상의 추가 소득이 있는 직장가입자 26만3,000 세대(2011년 기준)는 월 평균 19만5천원의 건보료가 오르게 된다.
또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건보료를 한 푼도 내지 않던 사람 가운데에도 2천만원 이상의 총소득이 있는 사람 19만3천여 명은 지역가입자로 전환돼 월 평균 13만원의 건보료를 새로 내야 한다.
반면 전체 지역가입자의 80% 가량은 건보료가 내리게 돼 전체적으로 보면 인하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지만, 당장 건보료가 오르거나 내지 않던 건보료를 내야 하는 이 45만 세대 가량의 불만이 더 표면화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건보료가 오른 사람들은 보수 외 추가소득이 많은 '고소득 직장가입자'나 '고소득 피부양자'라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여론 주도층이 많아 불만의 목소리도 커질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담뱃값 인상과 연말정산 파동으로 직장인을 중심으로 한 여론의 거센 질타를 받은 정부로서는 '증세' 논란으로 번질 소지를 피해가자는 심산이라 볼 수 있다.
여기에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는 국회의원 등 정치권도 증세나 각종 공공요금 인상에는 적극적인 반대입장을 보이고 잇다. 정종섭 행자부장관이 최근 "주민세와 자동차세 인상을 올해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가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질책에 이를 거둬들인 점은 대표적인 예이다.
결국 고소득자의 예상되는 반발에 부닥쳐 오랜 과제 중 하나였던 건보료 개편은 또 다시 요원해졌다. 소득에만 보험료를 부과받는 직장가입자와 달리 자동차에까지 보험료를 부과받아 불만이 팽배했던 지역가입자들에 대한 건보료 인하도 당분간 어려워졌다.
건보료 부과 체계 개편은 박근혜 정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정부 출범 초기부터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정부는 2013년 7월 건강보험 학계, 연구기관 등 전문가들로 '건강보험료부과체계개선기획단'을 꾸려 한 해 전인 2012년 건강보험공단쇄신위원회가 제시한 '소득 중심 부과체계 단일화' 방안을 바탕으로 논의를 시작했다.
7월 25일 첫 회의부터 지난해 9월 11일까지 모두 11차례의 전체회의를 통해 직장가입자의 보수 외의 소득에 건보료 부과를 확대하고, 지역가입자 건보료 산정 기준에서 성·연령과 자동차 등을 제외하는 내용의 개편 기본 방향을 제시했다.
당초 11차 회의 이후 곧바로 최종 보고서를 내고 구체적인 개선 방향을 확정하기로 했지만 차일피일 보고서 발표를 미루다 해를 넘겼고, 이달 중순 최종 전체회의를 연 후 발표하기로 했으나 끝내 무기한 보류된 것이다.
기획단 논의 과정에 정통한 한 학계 인사는 "복지부가 기획단 회의를 제대로 소집하지 않아 논의 과정도 지연됐다"며 "복지부가 사회적 논란을 원치 않아 처음부터 개편에 소극적이었다"고 전했다.
복지부는 물론 지역가입자 대책과 관련해서는 "가급적 이른 시일내에 개선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혀 별도의 대책을 마련할 것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종합적인 건보료 부과체계에 대한 개편작업은 내년에는 총선이 예정돼 있어 '표'를 더욱 의식하지 않을수 없다는 점에서 올해에만 중단되는게 아닐수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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