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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판 연말정산 파동… 역풍 맞은 부자 증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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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판 연말정산 파동… 역풍 맞은 부자 증세

입력
2015.01.28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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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대학 학자금 적립 금융상품

부자 증세따라 비과세 폐지 방침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21일 보이시 주립대에서 연설을 하는 모습. AP=연합뉴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21일 보이시 주립대에서 연설을 하는 모습. AP=연합뉴스

“중산층 세금은 안 늘린다더니. 이게 뭐냐”(미국 중산층) “답답하네요. 조금 늘어도 다른 쪽에서 더 많은 혜택을 보게 되는 겁니다”(백악관) “정부가 민심을 잘못 읽고 있다. 당장 철회하라.”(민주당ㆍ공화당)

한국의 연말정산 파동과 똑같은 ‘증세 파동’이 미국에서도 벌어졌다. 미국 주요 언론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주 신년연설에서 ‘부자 증세’방안으로 제시한 ‘529 조항’소득공제 폐지 방침을 전면 철회했다고 27일 보도했다. ‘529 조항’은 미국 부모들이 자녀의 대학 학자금 적립 명목으로 금융상품에 투자할 경우 연간 1만4,000달러(1,600만원)까지 소득공제하고 투자 수익에 대해 비과세하는 제도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529 조항’적용을 받는 금융상품 가입자는 700만명인데, 이 중 70%는 연간 가구 소득이 15만달러(1억6,000만원) 미만인 중산층이다. 오바마 정부 주장대로 이 상품 가입에 따른 감세 혜택의 80%는 소득 15만달러 이상인 상위 30%(연평균 3,132달러ㆍ350만원 혜택)에게 집중되지만, 연소득 10만달러 이하 계층도 매년 561달러(60만원)의 혜택을 받아왔다.

‘부자 증세’를 반겼던 중산층 가운데 이 상품에 가입했다가 감세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 사람들은 ‘1% 부자에게만 더 거둔다더니 대통령이 약속을 어겼다’고 반발했다. 백악관과 정부의 세제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는 조세 개혁차원이며, ‘529 조항’에 따른 소득공제가 사라져도 새로 생겨날 제도를 활용하면 오히려 중산층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해명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여론의 역풍에 직면했다. 게다가 오바마 대통령이 2007년 두 딸의 학자금 명목으로 24만달러(2억6,000만원)를 ‘529 조항’이 적용되는 금융상품에 투자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이 더 나빠졌다.

미국판 ‘증세 파동’도 한국과 비슷한 모양새로 마무리 되고 있다. 야당인 공화당이 먼저 들고 일어났다. 공화당 소속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오바마 대통령은 스스로 강조한 중산층 가족을 위해서라도 이 방침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론이 갈수록 험악해지자 여당인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원내대표도 가세했다. 그는 대통령과 함께 사우디아라비아로 향하는 전용기에서 백악관 고위 참모들에게 ‘529 증세’ 철회를 요구했다.

결국 백악관은 이날 “불필요한 논쟁으로 확산된 만큼 의회에 ‘529 조항’철폐를 요청하지 않을 것”이라고 후퇴했다. 그러면서도 “부자 증세를 위한 다른 조치는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판 ‘증세 소동’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세제 개혁이 추상적 개념에 머물면 거창하게 보이고 모두가 동의하지만 구체적으로 누군가 부담을 져야 하는 단계로 내려오면 해당 계층에서 볼멘 소리가 나오게 된다는 걸 깨닫게 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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