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복합할부금융에 목맨 업계
대출채권 인수 1달 늦춘 상품
삼성카드에 제안해 협상 중인데
낮아지는 수수료율 0.2%p 중에서
최대 0.17%p까지 부담 요구 받아
현대차에 백기 든 KB국민카드도
깎인 수수료율 절반 이상 떠넘기려
복합할부금융 수수료율 인하를 둘러싼 현대자동차와 카드업계의 협상전이 가열되면서 이 상품을 주 수입원으로 삼고 있는 중소 캐피탈사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앞서 협상에 나선 제휴 카드사들의 잇따른 패배로 직격탄을 맞은 이들은 급기야 수익 낮은 대체 상품을 출시하는 ‘고육책’을 협상 카드로 내놨다. 그러나 주요 당사자이면서도 세가 약해 협상에서 배제된 데다가, 공조 대상인 카드업계와도 이해관계가 엇갈려 열세를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캐피탈업계는 삼성카드에 신(新)복합할부금융 상품 출시를 제안하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차량 대금 결제 후 1, 2일이던 캐피탈사의 카드사 대출채권 인수 시점을 결제 후 30일로 조정한 상품으로, 카드사의 신용위험이 적은 만큼 복합할부금융 수수료를 현행 1.8~1.9%에서 체크카드(1.3~1.5%)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는 현대차 주장에 대한 대응책이다. 삼성카드는 다음달 중순 현대차와의 협상에서 신상품 출시를 협상 카드로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신상품이 출시되면 캐피탈사는 수익률 하락을 감수해야 한다. 카드사가 소비자에게 한 달 동안 차 값을 빌려주는 구조라 그에 따르는 자금조달 비용을 카드사와 분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신상품의 수수료율은 기존 상품보다 0.2%포인트 가량 낮아질 전망. 캐피탈사 관계자는 “0.2%포인트의 비용을 어떤 비율로 분담할 지가 삼성카드와의 협상에서 가장 첨예한 쟁점”이라고 말했다. 캐피탈업계는 비용을 절반씩 부담하자는 입장이지만 삼성카드는 캐피탈사가 0.2%포인트 중 0.15~0.17%포인트를 떠안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행 수수료율 1.9% 중 캐피탈사 몫이 0.37%포인트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어느 쪽이든 상당한 부담이다.
캐피탈업계가 출혈을 감수하고 나선 것은 현대차와 연계된 복합할부금융 상품 유지가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이다. 캐피탈업계 매출의 20%를 차지하는 자동차 할부금융에서 현대차 비중은 절대적이다. 지난해 국내 신차 할부금융 매출액 12조원 중 9조원(75%)이 현대차 구매자로부터 나왔을 정도다. 몇 년 전만 해도 현대캐피탈이 계열사 자격으로 독차지했던 현대차 할부금융 시장이 중소 캐피탈사에 열린 계기도 바로 복합할부금융 상품 개발이었다. 덕분에 자동차 할부금융 매출 규모가 수년째 답보하는 와중에도 복합할부금융은 급성장해왔다.
KB국민카드와 BC카드가 연거푸 현대차에 백기를 들면서 실망감을 맛본 캐피탈업계는 복합할부금융 시장에서 업계 2, 3위인 삼성카드와 신한카드의 협상 결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캐피탈업계와 카드업계의 입장은 여러모로 엇갈린다. 최근 협상을 시작한 신한카드의 경우 “계열사인 신한은행이 현대차를 주요 고객사를 두고 있어 공세적으로 나서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나올 정도다.
캐피탈사의 수세적 입장은 KB국민카드와 진행 중인 제휴 계약 조정 협상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지난해 11월 카드 수수료율을 0.35%포인트(1.85%→1.5%) 내리기로 현대차와 합의한 KB국민카드는 현대차 수수료 중 캐피탈사에 지급하던 몫을 0.2~0.25%포인트 낮추려 하고 있다. 수수료 인하분의 절반 이상을 캐피탈사에 전가하는 셈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와의 제휴 없이는 자동차 할부금융 시장에서 입지를 지킬 수 없다 보니 중소 캐피탈사들이 수수료율 인하 요구를 속속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자동차 복합할부금융=캐피탈사와 카드사가 제휴해 만든 자동차 할부구매 상품. 소비자가 신용카드로 차를 구매하면 캐피탈사가 카드사에 즉시 대금을 갚은 뒤 소비자로부터 일정한 이자를 붙여 차 값을 할부로 돌려받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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