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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교장 수업이냐 교장 공모제냐

입력
2015.01.2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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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계가 교장의 수업여부에 대한 논쟁으로 들끓고 있다. 9시 등교에 이어 또다시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으로부터 나온 제안이다. 이 교육감은 4ㆍ16 세월호 참사는 한국사회에 ‘교육이 바뀌어야 된다’는 뚜렷한 신호를 줬다며 그 변화의 일환으로 교실에 한발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교장수업을 천명했다. 올 3월부터 교장은 교과, 비교과, 인성 및 인문학 분야에서 수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록 자율에 맡긴다고 하지만 ‘9시 등교’ 정책에서처럼 교육감의 의지가 강하다. 이재정 교육감의 제안에 대해 교총은 많은 이유를 들어 반대하며 취소를 촉구하고, ‘연구하는 교장’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전교조는 교과수업은 무리가 있으나 비교과 영역에서 오랜 경륜과 경험을 학생에게 전해주는 것은 가능하다는 중간 입장을 취하고 있다. 교육부는 교장의 수업에 대한 실태조사에 들어갔다. 이로써 교장의 수업에 대한 논쟁은 갈등상황까지 초래하고 있다.

교장수업 여부의 화두를 떠나 북유럽의 현실을 참조하며 몇 가지 다른 시각에서 우리나라의 교장직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첫째로 교장은 뭐니 해도 관리자로서의 전문성과 직업정신이 투철해야 한다. 북유럽의 40, 50대 젊은 교장들이 자신보다 나이 많은 교사들을 거느리면서도 민주주의, 평등, 공동체 정신의 뚜렷한 교육철학으로 교사로부터 정당성을 얻어낸다. 직업정신이란 바로 책임을 의미하며 각 분야에서의 이런 직업정신으로 북유럽사회의 신뢰가 형성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반면에 세월호 참사는 우리사회에서 직업정신이나 책임이 존재하지 않는, 그래서 사회적 신뢰가 밑바닥인 것을 보여준 전형이라 할 수 있다. 교육계에 책임과 신뢰를 구축할 학교지도자가 절실하다.

둘째로 북유럽 교장의 언어나 몸짓 어디에도 권위주의를 찾아볼 수 없다. 그곳 학교를 방문하다 보면 시골 아주머니, 아저씨 같은 사람들이 교장으로 나타나 우리를 당황하게 한다. 교장실의 크기나 가구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복도에서 교장을 만나는 꼬맹이들은 교장을 꼭 친구 대하듯 한다. 그러나 그런 교장들이 입만 열면 확고한 교육철학과 학생과 교사에 대한 존중이 묻어 나온다. 강한 추진력과 깊은 민주주의 정신 사이의 이루기 힘든 균형을 잘 터득한 지도자란 느낌이 든다. 누군가가 우리 교육은 19세기의 관료체제가 20세기의 교육과정으로 21세기의 아이들을 가르친다고 했던가? 일리가 있다. 특히 미래사회의 민주시민을 길러내는 학교에서 권위주의가 팽배해 있어서는 안 된다.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들을 교사로 뽑아놓고 아주 구체적이고 상세한 교육과정으로 교사들의 창의력을 활용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많은 교사들이 교장의 비민주적 학교경영과 권위주의적 행태 때문에 크게 좌절감을 느끼는 데 있다. 하루빨리 권위주의를 씻어내고 학교민주주의를 달성해야 한다.

셋째로 교육자치는 학교단위 차원에서 해야 한다. 이는 교사들의 교육과정 재구성에서부터 학교단위에서의 예산총액제를 의미하는 것으로 학교현장을 가장 잘 아는 학교에 결정권이 주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말로 하면 교육부는 교육의 목표와 방향을 제시하고 교육청은 일선 학교를 지원해야 된다. 즉 교육부의 많은 특별교부금사업과 교육청의 정책 사업을 폐지해 교사는 학생을 가르치고 돌보는 일에, 교장은 민주적 학교경영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교단위 차원에서의 교육자치는 앞으로 꼭 이뤄내야 한다.

철저한 직업주의 정신에 의한 신뢰 구축, 참여에 의한 학교민주주의 달성, 그리고 학교단위에서의 교육 자치를 달성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좋은 교장을 채용하는 것이다. 이는 교육부의 결단이 필요한 점진적 완전 개방형 교장채용으로 용이해 진다. ‘수업하는 교장’이란 이재정 교육감의 제안은 ‘민주적 리더’인 교장 발탁의 어려움에 대한 표현일 수도 있다. 우리 교사가 살아나고 우리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미래사회에 대한 뚜렷한 교육철학을 겸비한 추진력 있는 민주주의적 교장발탁의 제도적 장치를 고안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고 중요하다.

황선준 스톡홀름대 정치학 박사ㆍ전 서울시교육연구정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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