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 "합병되면 업계 독과점 굳어져"
국내 최대 게임업체 넥슨이 자사가 최대주주로 있는 엔씨소프트의 경영에 참여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앤씨소프트는 즉각 반발하며 경영권 수호를 표명해 양사간 경영권 다툼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넥슨은 27일 엔씨소프트의 지분 보유 목적을 기존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바꾼다고 공시했다. 넥슨 측은 “지난 2년 반 동안 엔씨소프트와 공동 개발 등 다양한 협업을 시도했지만 기존 구조로는 급변하는 업계의 변화 속도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보다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협업을 하고자 지분 보유 목적을 변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엔씨소프트는 즉각 반발했다. 엔씨소프트는 “넥슨의 이번 투자 목적 변경은 지난해 10월 ‘단순 투자목적’이라는 공시를 불과 3개월 만에 뒤집은 것”이라며 “넥슨이 스스로 약속을 저버리고 시장 신뢰를 무너뜨려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어 “두 회사는 게임 개발 철학과 비즈니스 모델 등이 이질적이어서 넥슨의 일방적인 경영 참여 시도는 시너지가 아닌 엔씨소프트의 경쟁력의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처럼 넥슨이 엔씨소프트의 경영권 행사 방침을 밝히면서, 넥슨 창업자인 김정주 NXC회장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간의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엔씨소프트 경영권을 둘러싼 두 대표 간의 묘한 기류는 지난해 10월 처음 감지됐다. 넥슨은 2012년 6월 엔씨소프트의 지분 14.7%를 확보하면서 최대주주에 올랐는데, 작년 10월8일 지분 0.4%를 추가로 매입해 총 15.08%로 늘렸다. 당시 넥슨은 단순 투자목적이라고 밝혔으나, 엔씨소프트 측은 “2012년에는 지분 취득 과정뿐 아니라 발표 시기까지 모두 두 대표가 협의를 거쳐 진행됐었지만 이번에는 사전 논의가 전혀 없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바 있다.
하지만 그로부터 3개월 뒤 넥슨이 입장을 바꾼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넥슨은 유사한 방식으로 대만 게임업체 감마니아 등을 인수 시도한 적이 있어 엔씨소프트 역시 합병할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두 회사가 합쳐질 경우, 엔씨소프트 특유의 개발 중시 문화가 옅어질 뿐 아니라 국내 게임 시장은 사실상 독과점 체제로 굳어지게 될 것”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을 막기 위해 김택진 대표는 향후 지분을 추가 매입하는 방식 등으로 경영권 방어에 나설 것으로 보여 서울대 공대 1년 선후배간의 정면대결이 조만간 불을 뿜을 것으로 보인다.
이서희기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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