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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렁처럼… 갈수록 가난 탈출 힘든 한국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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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렁처럼… 갈수록 가난 탈출 힘든 한국 사회

입력
2015.01.27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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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 77% 여전히 빈곤상태, 조사 시작한 2006년 이후 최고

중산층 11%가 저소득층으로 고소득층 유지 비율은 높아져

“13년을 힘들게 일했는데 삶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어요.”

경기 지역의 한 요양원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한 지 3년째인 김미숙(가명ㆍ60)씨는 하루 24시간을 꼬박 일하고 다음날 하루를 쉰다. 이렇게 일하고 받는 월급은 135만원. 김씨는 “계약서상으로 계산하면 190만원을 넘게 받아야 하지만 실제 받는 돈은 최저시급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요양원에서 휴게시간, 수면시간 등을 제외했기 때문인데 요양보호사는 노인들에게서 떨어질 수 없고 쉴 공간도 없어 사실상 24시간 근무를 하고 있다. 10년을 병원 간병인으로, 3년을 요양보호사로 일해 온 김씨는 “4대 보험료 빼고, 집세 내고, 생활하다보면 저축은 엄두도 낼 수 없다”고 말했다.

부인과 이혼하고 고등학생 아들과 살고 있는 박모(50)씨는 건설 현장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지난해 초 다리를 다쳐서 일을 쉬던 중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 대부업체에서 100만원을 빌렸다. 바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돈을 구할 곳도 없었던 박씨는 “이자만 1년 내내 갚았다”며 “다시 일을 시작했지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저소득층에서 중산층 이상으로 탈출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27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7,048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9차년도 한국복지패널 조사 결과를 발표한 ‘2014년 한국복지패널 기초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조사에서 저소득층(빈곤상태)이던 가구의 77.36%가 2014년에도 여전히 빈곤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보사연이 1차 복지패널 조사를 실시한 200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저소득층은 균등화 경상소득의 중위 50% 이하, 50~150%는 중산층, 150% 초과는 고소득층이다.

2007년 2차 조사 시 전년에 저소득층이었던 가구가 중산층 이상으로 탈출한 비율은 32.36%였다. 하지만 8년 새에 빈곤탈출률이 10%포인트 가까이 줄었다. 특히 저소득층이 고소득층으로 수직상승하는 비율은 지난해 0.31%에 불과해 역대 가장 낮았다.

빈곤하지 않았던 가구가 빈곤상태로 추락한 비율도 역대 두 번째로 높은 7.64%였다. 지난해 중산층 10가구 중 1가구(10.92%)가 저소득층으로 떨어졌다. 2012년 6.14%, 2013년 9.82%가 저소득층으로 떨어진 것보다 훨씬 많은 가구가 빈곤상태로 추락한 것이다. 반면 고소득층이 계속 고소득층으로 남을 확률은 높아져 지난해 고소득층 10가구 중 7가구(77.31%)가 고소득을 유지했다.

이처럼 저소득층이 빈곤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거나 중산층이 빈곤상태로 전락하는 비율이 높아지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빈곤을 탈출하게 할 만한 사회보장제도가 부족하다는 것을 꼽았다. 조흥식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빈곤대책은 빈곤한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생존을 지원하는 기초생활보장 정도에만 그친다”며 “노동능력이 있음에도 빈곤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끌어올릴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근본적으로는 충분한 소득을 보장할만한 일자리가 많이 창출돼야 하고, 가계지출 중 가장 큰 비용을 차지하는 주거와 교육에 대해 공공성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양진하기자 real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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