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의 검사 의문사 사건이 정보기관 해체로 이어지며 정부 내 암투 양상을 보이고 있다.
BBC 등에 따르면 26일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정보국을 해체하고 새로운 연방 정보기관을 설립하는 법안을 마련했다고 발표했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법안 심리와 통과를 위해 양원에 내달 임시회기 개최를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법안에 따라 정보국의 주요 업무였던 통신감청은 법무부로 이관된다. 정보국은 1970년대 군사 독재시절 악명을 떨쳤던 곳으로 1983년 민정 이양 이후 주요 개혁 대상 중 하나였다. 감청으로 축적된 정보력에 기대 개혁의 칼날을 피해왔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전격적인 정보국 해체 발표가 개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알베르토 니스만 검사의 의문사로 형성된 정치적 위기 돌파를 위한 승부수라는 분석이 따른다.
가디언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정부는 니스만의 죽음에 정보국이 연계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니스만은 의회 청문회 출석을 하루 앞둔 지난 18일 자신의 아파트 욕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1994년 85명의 목숨을 앗아간 아르헨티나유대인친선협회 테러 사건에 대한 조사 보고서를 최근 의회에 제출했다. 보고서는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이란 용의자들을 처벌하지 않기로 한 이란과의 밀약에 개입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니스만은 11년 전부터 막역하게 지내온 정보국의 감청 최고 책임자로부터 얻은 수백 시간의 통화내용을 바탕으로 보고서를 작성했다.
정보국은 역대 대통령들에게 정적 감시를 위한 도구였다. 페르난데스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었다. 2007년 집권에 성공한 뒤 그는 정보국 개혁 카드를 꺼내지 않았다. 밀월은 2013년 깨졌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이란과 테러 사건 조사를 위한 국제위원회 구성에 합의한 뒤부터다. 친미 친이스라엘 성향의 정보국은 대통령에 불리한 정보를 언론에 흘렸고 니스만에게도 감청 자료를 제공했다. 정보국은 니스만이 이란의 테러 사건 연계설을 밝히는 주요 정보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정보국 일부 요원이 니스만의 용도가 다하자 자신들과의 커넥션을 감추기 위해 살해한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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