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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화의 길 위의 이야기] 기다림과 낙관

입력
2015.01.27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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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아 건강 검진을 위해 병원을 찾았다. 아이의 키와 몸무게를 재고 발달 단계를 체크하였다. 성장 정도는 백분율로 표시되는데 은근히 궁금하였다. 의사의 청진과 문진이 이어졌다. 정해진 절차에 따라 의례적으로 몇 마디 주고받았다. 그런데 의사가 갑자기 상식적이고 건전한 부모라고 칭찬해주었다. 수유와 배변, 목욕과 수면 습관에 대해 다소 심드렁하게 대답했는데 좀 당황스러웠다. 그동안 너무 열성적인 부모에게 좀 시달렸던 모양이다. 어린아이를 돌보는 데는 세심한 관찰과 주의가 필요하지만 날마다 그럴 수는 없는 일이다. 아이에게 심각한 장애나 중병이 발견된 것이 아니라면 기다림과 낙관이 처방이 될 때가 있는 것 같다. 사소한 문제에도 안달이 나고 이것저것 다 해보고 걱정에 휩싸이는 것이 아이나 부모에게 좋을 리 없다.

이 시대 육아 정보는 넘치고, 아이에게 좋다고 입소문이 나는 것들은 엄청난 판매고를 기록한다. 그만큼 스타일과 유행에 민감해진 것이 우리 사회 엄마들인 것 같다. 무관심이 가장 큰 문제이지만 부족해서가 아니라 과해서 문제일 때도 많다. 지나친 애씀과 노력 뒤에 오는 허무감과 기대, 집착도 가볍게 여길 수 없다. 부모 되기는 정답이 없지만 가끔은 너무 애쓰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내버려두는 게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이 귀한 시대지만 제대로 사랑하기 위해서는 부모도 절제하는 법을 익혀야 할 것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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