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여행 중 어둠뿐인 거리에 충격… 전기 부족한 개도국에 빛 나눔 시작
2년간 캄보디아·필리핀 등지에 랜턴·가로등 2200여개 기부
사랑의 빛 유경의(51) 대표는 26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아직 지구상에는 빛이 없어 하루의 반을 잃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며 “반쪽자리 하루를 살고 있는 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달해 달라”고 말했다.
2013년부터 저개발 국가에 태양광 랜턴ㆍ가로등을 전달하고 있는 사랑의 빛은 올해도 캄보디아 지역에 빛을 나눠줄 후원자와 후원금을 모집 중이다. 지난 2년 동안 캄보디아, 필리핀 등 5개 국가에 2,100여개의 태양광 랜턴과 100여개의 태양광 가로등을 설치했다.
2010년 우연히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를 방문한 것이 ‘빛 나누기’ 활동을 시작한 계기다. 나이로비는 동아프리카의 허브이자, 유엔 산하 본부가 3개나 있는 곳인데도 차를 몰고 시외로 30분 정도 나가면 칠흑 같은 어둠이 계속 이어졌다고 한다.
유 대표는 “어두운 길을 여성들과 아이들이 걸어 다녔다”며 “치안도 불안한데 어둠 속에서 행여 나쁜 일을 당하지나 않을지 걱정됐다”고 했다.
가까이서 본 현지 사정은 더 열악했다. 산간 오지에서는 ‘등유 호롱불’로 집안의 어둠을 밝히는데, 충분히 밝지 않은데다 심한 그을림 때문에 눈 건강을 해칠 뿐만 아니라 호흡기까지 상할 정도다. 집안이 이런데 거리를 밝힐 가로등이 제대로 갖춰져 있을 리 없다.
유 대표는 “등유 호롱불을 밤새 켜 두면 담배 두 갑을 흡연한 셈이라는 연구 조사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등유조차도 현지인 한달 생활비의 20~30%를 차지할 정도로 비싸다. 그래서 전기 부족 지역에 어둠을 밝힐 수단으로 ‘태양광’을 생각해 냈다. 사랑의 빛이 보급중인 랜턴의 경우 4시간 충전하면 야간에 10시간 가량 불을 밝힐 수 있다.
태양광 랜턴 보급 이후 현지인들의 생활에도 변화가 생겼다. 필리핀 누에바에시하 지역의 주부들은 랜턴을 밝혀 밤 시간에 기념품 만들기 등의 부업을 시작했고, 케냐의 작은 마을에서는 태양광 가로등을 활용한 작은 야시장이 생겼다. 특히 누에바에시하 학생들의 학업성적이 3, 4개월 만에 30%나 향상됐다. 야간 공부시간이 늘었을 뿐 아니라 비싼 등유비를 절약할 수 있어 교육에 재투자할 여지가 생겼기 때문이다.
유 대표는 “하루 활동가능 시간이 12시간 정도 불과했던 것이 이제는 24시간으로 2배 늘어난 셈”이라며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기회가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은 과제도 많다. 태양광 제품을 꾸준히 보급할 수 있도록 정기 후원자를 확보하고 국외 활동 조직도 만들 계획이다. 볼리비아와 콜롬비아 등 남미 일부 지역으로도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 현지 공항에서 물품을 반입할 때 통관세 관례 때문에 공무원들과의 적지 않은 문제점이 발생하는데 이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빛 나누기 활동이 자리 잡으면 현지 중ㆍ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교육으로까지 활동 영역을 확대할 계획도 갖고 있다.
빛 나누기 캠페인은 크라우드 펀딩 와디즈(www.wadiz.kr/campaign/details/597)를 통해 동참할 수 있다.
글ㆍ사진 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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