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동 조짐이다. 다시 복지를 회의(懷疑)한다. 애초 못마땅한 우파였다. 왜 내 돈을 퍼주나. 조삼모사에 삐치고 은혜도 모르는 원숭이-대중은 수혜 자격 없단다. 증세도 바보 짓이란다.
“새해 벽두를 뜨겁게 달군 연말정산 파동은 정부·여당은 물론 야권, 시민단체와 언론 등 대한민국 주요 정치·사회 행위자들의 맨얼굴을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 무엇보다 가장 꼴사나운 모양새를 보인 쪽은 정부·여당이다. 나름 의미있는 세제 개편을 해놓고도 ‘증세 없는 복지’란 공약에 사로잡혀 그 실상을 솔직히 밝히지 않았다가 거짓말쟁이란 여론의 난타를 맞자, 재정 악화를 더 초래하는 보완대책을 세우는 또다른 악수를 두는 우를 범했다. (…) 이런 정부ㆍ여당의 실책에 이때다 싶어 집중공세를 펴는 야권의 모습도 미덥지 못했다. 세액공제 방식의 세제 개편은 결코 세금폭탄이라고 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도리어 소득 재분배 강화 등 바람직한 면이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 그런데 이런 면을 눈감거나 혹은 인정하면서도 “내 이럴 줄 알았지”라며 세금폭탄론에 편승하는 모습은 또다시 많은 이들을 실망케 했다. (…) 야권은 왜 이 마당에도 위선과 비겁이란 세평을 받는지를 자문해야 한다. (…) 이 파동을 틈타 증세 반대 서명운동에 나서는 한 단체의 어처구니없는 행태까지 이 지면을 통해 언급할 필요는 없는 듯하다. 이번 파동에서 가장 제 색깔을 드러낸, 아니 뚜렷이 밝힌 쪽은 보수언론이다. (…) 이번에도 대립항을 세워놓고 선택을 강요하는 마녀사냥식 담론구조를 여지없이 동원했는데, 기실 이들에게 문제의 근원은 증세 없는 복지라는 환상이 아니었다. 지금은 복지 확대, 그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우리 안의 세금 본색(한겨레 ‘싱크탱크 시각’ㆍ이창곤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장 겸 편집국 인사협력 부국장) ☞ 전문 보기
“소득세 연말정산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 일반 국민 입장에서 보면 매달 찔끔찔끔 덜 거둔 것은 거의 느끼지 못할 수준이었는데 연말에 돌려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 환급액은 12개월치만큼 한꺼번에 줄어들 때 훨씬 아픈 것이 당연하고 반발하는 것이 당연하다. (…) 국민을 조삼모사(朝三暮四)의 우화에 나오는 원숭이 취급을 한 것, 경제적으로 의미가 있는 성과를 얻으려면 푼돈을 모아서 목돈을 만드는 것이 요체인데 목돈을 헐어서 푼돈으로 만들어 경기 활성화에 역행하는 일을 한 것에 대해서 비판받아 마땅하다. (…) 당정은 상반기 중에 한 번 더 정산할 기회를 주고 결과적으로는 예년에 기대할 수 있었던 ‘13월의 보너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방침을 정했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지난 1년간 덜 거둔 만큼 연말정산에서 덜 돌려주어야 본전이라도 하는 정부로서는 그만큼 추가적인 세수(稅收) 결함을 각오해야 되게 되었다. (…) 세금이라는 것이 더 거두고 싶다고 더 거둘 수 있다면 나라를 경영하는 일이 뭐 어려울 것이 있겠는가? 세금은 더 거두는 것이 아니라 더 걷히게 만드는 것이라는 지극히 당연한 명제를 지금부터라도 명심하기를 바란다. 국민이 취직이 잘 되고 월급이 올라가게 해 주면 소득세는 저절로 더 걷힌다. 장사가 잘되게 해 주면 법인세와 부가세는 저절로 더 걷힌다. 제일 쉬운 일부터 시작하자. 인위적으로 가격이나 요금을 깎아서 세입의 원천인 기업의 이익을 줄이는 일만 하지 않아도 세금은 훨씬 더 많이 들어올 것이다. (…) 그다음으로 이미 거두고 있는 돈을 안 거두거나 덜 거두는 일은 앞으로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덜 거두는 것은 쉬운데 나중에 더 거두는 것은 사실은 더 거두는 것이 아닐 때에도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이번에 얻은 교훈이 아닌가? (…) 각종 ‘무상’ 시리즈로 국민의 환심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정치인들부터 반성해야 한다. 안전하고 질 높은 서비스를 값싸게 제공할 방법은 없다는 것을 그렇게 모르겠는가? 개인이 부담하던 것을 다 면제해 주고 그렇지 않아도 여유가 없는 재정으로 부담하려고 할 경우 최대한 단가를 억누를 수밖에 없게 되고, 그 결과 질과 안전을 확보할 수가 없게 된다. 싸게 해 준 데 대한 고마움은 쉽게 잊히고 안전사고 한 번만 터지면 증오로 바뀐다는 것을 아직도 모르겠는가? (…) 무슨 비용이든 직접적인 수혜자로부터 받는 것이 저항이 가장 덜하다. 요금이나 가격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을 굳이 세금으로 충당하겠다고 해서 조세 저항을 자초하는 일은 이제 그만 하자.”
-稅金을 더 거두고 싶다고?(조선일보 ‘朝鮮칼럼’ㆍ박병원 前 전국은행연합회 회장) ☞ 전문 보기
관료가 꾸짖는다. 무상 애호가한테 복지는 사치다. 정작 돌볼 소외를 포퓰리즘이 방치한다. 하지만 단지 이기심일까. 저항은 불신 탓이다. 월급쟁이 털어 쉽게 걷은 돈 허투루 쓸밖에.
“최근 한 주간 연말정산을 둘러싸고 상황이 숨가쁘게 돌아갔다. (…) 이제 와 하는 이야기겠지만 혹자는 이번 사태를 두고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전환된다는 방침을 담은 2013년 세법개정안 논의 당시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고 한다. (…) 하지만 필자가 생각하기에 재작년 세법개정이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아닌 것 같다. (…) 세금 걷는 것 자체보다는 복지지출 등 무리한 세출(歲出)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 공공부문 복지지출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00년 4.53%에서 2012년에는 9.06%로 정확히 두 배 늘었다. (…) 최근 연말정산 반발여론을 보면 우리 국민들은 이런 지출을 부담하기 위한 마음의 준비(?)가 아직 덜 된 듯하다. (…) 소위 ‘무상복지’라고 하면 소득계층 구분 없이 정부나 지자체의 재원으로 복지혜택을 주는 것을 의미한다. 또 ‘무상(無償)’은 어떠한 혜택에 대해 아무런 대가를 치르지 않는다는 걸 뜻한다. 나 또는 내 가족이 복지의 수혜를 받았을 때는 아무 비용을 치르지 않는 듯이 보였지만, 이번 연말정산 사태에서 본 것처럼 국민 모두가 대가를 치르고 있었던 셈이다. (…) 예산이 한정돼 있다면 더더욱 ‘돈을 잘 쓰는 게’ 중요하다. 필자가 있는 한국경제연구원에서 연구한 바에 따르면 소득취약계층에서 차지하는 노인가구 비중이 2006년 34%에서 최근 2013년에는 56%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 이 같은 취약계층 지원은 다른 어떤 복지보다 우선돼야 한다. (…) 최근 3년간 서울시의 무상급식 예산은 2012년 1383억원에서 2014년에는 263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 이에 반해 서울시의 저소득층 지원 예산은 1696억원에서 1344억원으로 20% 정도 감소했다. 결국 우선순위에 대한 선택의 문제다. 서울시의 경우 저소득층 지원을 줄이고 무상복지 지출을 늘려온 셈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복지지출의 우선순위는 다르다. 자립기반이 약한 취약계층 지원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본다. 그러고 나서 우리 경제가 보다 커지고 공공복지지출을 부담할 우리 국민들의 의지가 확인될 때 보편적 복지나 복지국가의 실현도 가능하지 않을까. 섣부른 무상복지의 이상과 현실 간의 괴리, 이번 기회에 우리 사회 모두가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무상복지가 불러온 연말정산 소동에 대한 유감(중앙일보 ‘시론’ㆍ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 전문 보기
“슬그머니 세금을 올리려다 ‘중산층의 분노’를 야기해 며칠 만에 항복한 경제통 참모들은 보기에 딱하다. ‘증세 없는 복지’라는 형용모순을 정책으로 구현해야 하기 때문이다. (…) 박근혜 대통령이 먼저 솔직했어야 했다. ‘증세 없는 복지’는 선거용 공약이었다고. 국민을 설득했어야 했다. 다음 세대에 재정 부담을 떠넘기지 않으면서 최소한의 복지라도 만들어가려면 사정이 나은 이들부터 앞장서 세금을 더 내야 한다고. 객관적 수치로 한국의 복지지출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거의 꼴찌다. 2013년 기준 복지지출 비중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9.8%에 불과해 OECD 평균 22.1%에 한참 뒤진다. 하지만 증가 속도는 눈부시다. 빠른 고령화와 증가하는 사회적 위험 때문이다. (…) 그런데 4년 연속 세수는 적자다. 불경기로 인해 법인세 수입이 계속 줄고 있는 것이다. (…) 증세 없는 무상 복지를 20년 가까이 지속한 일본은 우리의 반면교사다. 정권을 잃을까 두려워 증세 논의를 기피해온 정치인들 탓에 국가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GDP의 2.5배에 이른다. (…) 복지 선진국들은 지금 우리보다 소득 수준이 훨씬 낮았을 때 이미 높은 수준의 복지 역량을 갖추었다. 국민소득 2만 달러 돌파 시점은 우리보다 독일이 20년, 스웨덴이 30년가량 앞서지만 당시 공적 지출 규모는 지금 우리보다 독일은 3배, 스웨덴은 4배 많았다. 이 나라들이 공공지출을 늘릴 수 있었던 이유는 사회적 합의를 가능하게 한 높은 수준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있었다. 소득의 거의 절반을 세금으로 내는 중산층의 조세저항이 없는 이유도 소득 재분배가 사회를 조화롭게 만들고 복지가 자신들의 생애과정에서 부닥치는 새로운 사회적 위험에 대비한 안전망이 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번 연말정산 파동을 불러온 것은 과세 불공정과 비효율적 복지지출에 대한 중산층의 분노다. 국민은 간파하고 있는 것이다. 유난히 외제차를 타는 고소득 자영업자가 많은 현실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건강보험료 줄이기나 탈세 노하우가 얼마나 중요한 사업수완이 되는지를, 복지전달 체계가 얼마나 엉성한가를, 그리고 자신들의 유리지갑이 얼마나 손쉬운 증세의 표적인가를. (…) 무책임한 정치를 그냥 두고 복지 지출만 늘리면 일본 꼴이 될 것이다. 설사 복지 지출을 늘린다 해도 공정성과 투명성을 둘러싼 신뢰의 적자를 메우지 못하는 한 재정위기로 침몰한 그리스나 이탈리아 꼴이 될 것이다. 그러니 정부와 정치인들에게 물을 수밖에 없다. 신뢰 적자의 주범인 정부와 정치를 혁신하지 않고 복지를 확대할 묘안이 무어냐고.”
-국민은 공정한 조세를 원한다(1월 24일자 동아일보 ‘동아광장’ㆍ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 전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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